[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하느님의 헛기침

- 박춘식
 

하느님께서 가끔은

울퉁불퉁한 천둥으로

직설(直說) 야단을 쾅쾅 치신다

헛기침 치고는 되게 우람스럽다


허공 예술인 벼락은

같은 모양이 한 번도 없는

불타는 곡선의 소묘(素描)이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헛기침도 매우 신비스럽게 보인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장마철에는 천둥 번개가 자주 보입니다. 어릴 때 천둥소리에 겁을 먹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숨는 동생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른들은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신다고 말했습니다. 시를 공부하면 모든 단어가 신기하게 보입니다. 헛기침이란 말도 아주 멋진 말이라 여겨집니다. ‘헛기침하다’는 ‘인기척을 내거나 목청을 가다듬거나 하려고 일부러 기침하다’라는 의미로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마당에서 신나게 놀 때 가끔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집 밖에 나가 놀아라’ 말합니다. 아마 낮잠 주무시는 데 방해가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헛기침하시면, 밖에 나가 놀지 말고 방 안에서 자기반성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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