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량 총괄, "직거래" 장점 살린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새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축복식을 열었다. 물류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농이 직접 물류를 맡음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라는 우리농운동의 특징을 더욱 살리려는 목적이다.

6월 21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물류센터에서 열린 축복식에는 서울 우리농본부 이사장인 유경촌 주교와 관할지역인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를 비롯해 각 교구 우리농본부와 가톨릭농민회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 우리농 물류센터는 사무동과 창고동으로 나뉘어 있으며, 건물면적 약 340평방미터와 830평방미터 2층으로 각각 지어졌다. 서울 물류센터는 서울, 수원, 인천, 의정부 등 수도권 생산품과 각 교구 생산분회의 수도권 소비물량을 관리한다. 책임운영은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가 맡지만, 각 교구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동안 우리농 물류관리는 2009년까지 각 교구가 자체적으로 했다가, 전국 물류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돼, 각 교구가 출자한 우리농유한회사를 만들어 물류관리를 해 왔다. 그러나 비싼 유지 비용과 일괄적 규정 적용, 교구간 소통의 어려움 등이 있어, 돌파구로서 서울대교구 물류센터 안이 제시됐다.

서울대교구 물류센터 사업 계획은 2014년 말, 승인을 받아 2015년 8월에 착공했고, 올해 4월 완공됐다.

▲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 잡은 서울대교구 우리농 물류센터. ⓒ정현진 기자

서울 우리농 함형복 사무국장은 서울대교구 물류센터가 마련된 목적과 의미에 대해, “물품 관리의 효율성은 이전의 유한회사가 더 높았겠지만, 우리농운동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은, 소통과 교류”라면서, “물류관리와 운동은 떨어질 수 없다. 서울이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각 교구 분회나 도시생활공동체 간 교류의 확대를 꾀한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물류관리를 전담하는 유한회사가 따로 있었을 때 물류관리의 효율성은 높지만, 운동본부와의 긴밀한 소통력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농운동본부가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목적은 공간 임대로 쓰이는 비용 감축은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 결과를 직접 물류 관리에 반영함으로써 우리농운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농유한회사는 6월 말 운영을 마친다.

또 함 사무국장은 제철 농산물 중심의 우리농은 여타 생협보다 다양성과 물품 공급의 연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직거래를 장점으로 살리고 있다면서, “이번 물류센터로 기존보다 직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소비자들도 더 많아진 직거래를 통해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직거래는 산지 농민이 직접 본당이나 직매장에 물품을 공급해야 했지만,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센터에서 각 직매장과 개인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교구 우리농을 중심으로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계획과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주로 구입해 왔던 소비자들을 직거래 장터로 이끌어 낼 예정이다.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물류센터 마련을 위해 우리농과 가농이 2-3년간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 왔고, 물류관리의 책임이 분명해지고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의한 결과”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회장은 다만, 앞으로 물류센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주요한 목적은 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농사의 대가를 더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농 매장과 물류 관리가 가공식품 중심으로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물류센터에서 쌀, 잡곡을 중심으로 제철 농산물을 더 많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운동의 중심은 제철 농산물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생산자는 물론, 도시 생활공동체도 1차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6월 21일 열린 축복식에는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와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를 비롯한 우리농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축복식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는, 물류센터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진됐고 앞날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하면서도, “물류센터가 우리농운동이 가진 문제와 한계를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만큼, 물류센터를 통한 일들이 하느님의 뜻대로 이뤄지도록 기도하면서, 농민들을 위해 연대하는 제도와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유 주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존엄성으로 연대하고 보조하며, 공동선으로 나아가자는 교회의 가르침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물류센터의 시작이, 교회 안에서 우리농운동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