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제연대, 21년째 평신도 장학금

인천교구 사제들이 올해로 21년째 학업에 매진하며 앞으로 한국사회와 교회의 일꾼이 될 평신도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18일 20기 장학생 송인강 씨(루시아, 31)와 21기 장학생 황소희 씨(안젤라, 31)가 장학금을 받았고, 그동안 장학금을 받은 이들 10여 명이 모였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총 64명. 인재양성위는 2년치 장학금을 4번에 걸쳐서 주는데, 이날이 사제들과 장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인재양성위의 장학생이 되면 지원받는 것은 돈뿐이 아니다. 이 모임을 통해 든든한 지원군도 얻는다.

2007년 12기 장학생이었던 조지형 씨(하상바오로, 38)는 “돈도 돈이지만, 사제들과 지속적 관계를 통해 격려와 은혜를 받기에 장학생들에게 이 모임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부하면서 누구에게도 말 못할 어려움을 고해성사하듯이 신부들에게 편하게 털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인하대 국문학과 박사연구원인 그는 박사 논문 저서 서문에 인재양성위 위원인 인천 가톨릭대 황창희 신부, 송태일 신부 등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2015년에 장학금을 받은 안소영 씨(스콜라스티카, 35)는 박사과정이 되면 굉장히 막막한데, 다들 비슷한 과정에 있기에 공감을 받는다고 모임을 설명했다. 안 씨는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박사과정 중이다. 모임에는 미술, 신학, 약학, 불문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있다. 학교와 전공이 다르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이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다.

황소희 씨(안젤라, 31)는 올해 장학생이다. 연세대 통일학 박사과정에 있는 그는, “다변화되는 사회라 앞으로 (교회에) 평신도의 참여나 역량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조건 없이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교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안소영 씨도 졸업 뒤에 교육 쪽에 후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인천교구 사제연대 평신도 인재양성위 대표 박요환 신부가 21기 장학생 황소희 씨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제공 = 김윤석 신부)

지난해에는 1999년에 장학금을 받았던 이영미 씨(세실리아)의 부모가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쓰라며 6년간 모은 1000만 원을 인재양성위에 기탁했다. 이들은 “우리가 어려울 때 장학회 도움을 받아 (이영미 씨가)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돌려 줬다.

사제가 되자마자 합류해 20년간 인재양성위와 함께해 온 박요환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장)는 나중에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그저 조금이나마 편하게 공부했으면 하는 것이 처음 장학회를 만들 때 신부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건강한 학문을 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재양성위의 장학금은 본당으로부터 사회평화기금을 걷어 마련된다. 15-20군데 본당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는데, 일부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박 신부는 점점 재정이 줄어 장학금을 주는 인원도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장학회가 시작되던 1990년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매년 4-5명에게 장학금을 줬으나, 지난해에는 1명이었다. 그는 사회평화기금이 줄어든 이유가 사회문제에 관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가 제대로 못 살아서 그렇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그래도 박요환 신부와 김윤석 신부(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장학생들과 웃고 떠들며,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고, 위안이 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 봤다.

인천교구 사제연대 인재양성위는 1996년부터 전공 상관없이 석사 3학기 이상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뽑아 2년간 600만 원 지원한다. 올해까지 총 64명이 지원받았다. 인천교구 주보를 통해 공지를 내고,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성적, 학업계획서 등을 고려해 뽑는다. 장학금을 받은 이들 중에는 우리신학연구소의 황경훈 소장(2004), 이미영 연구실장(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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