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무입장, 미국교회는 규제 찬성

또다시 총기난사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나 50명이 죽었다. 미국의 총기 규제 논쟁에 또다시 관심이 쏠릴 것이 분명하다. 연관성이 복잡해 딱 잡아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통계를 보면 총기 규제가 더 엄격한 주에서는 총기 사망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총기 소유권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여전히 많다.

가톨릭교회가 이 문제에 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궁금해 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청으로부터 아무런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주교들 사이에 총기를 더 엄격히 규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총기 소유를 거의 없애기를 바라는 큰 흐름은 명확하다.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모아 놓은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자위권을 옹호하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생명이 위협당할 때 치명적 폭력을 쓰는 것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자위를 위해 어떤 수단들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교리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여건이 되어야 그러한 위협에 직면해 무기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총기 소유에 대해 역대 교황이나 교황청 부서에서 내놓은 어떠한 권위 있는 문서도 없었다. 무기 밀매를 단죄한 교황과 교황청 고위 관리들은 많았지만, 그 맥락은 (집단 간) 무력 분쟁에서 이러한 무기들이 쓰이는 것을 상정한 것이었다.

1994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국제 무기거래에 관한 한 문서를 내놓았는데 다음 같은 구절이 포함돼 있었다. “테러리스트와 조직범죄단에게 무기가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을 효과 있는 방법을 긴급히 찾아야 한다. 각 국가가 권총과 소형 무기의 판매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긴요한 대책이다. 이러한 무기의 구매를 제한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이 문구를 보면, 비록 이 문서가 자위와 레크리에이션, 사냥 등을 위해 시민들이 소화기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루지 않고 있지만, 총기 규제 대책에 대해 윤리적으로 어떠한 선험적 반대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주교회의는 지난 40년 넘게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를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는데, 대개 총기 소유를 더 규제하는 것을 찬성하는 쪽이었다.

▲ (이미지 출처 = RNS)

1975년에 미국 주교회의는 “권총 폭력: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에서 주교들은 “국가 차원의 소화기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면서, 여기에 권총의 판매와 소유 사이에 냉각 기간을 둘 것(총을 사더라도 실제 소유하기까지 일정한 기간을 둬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토요일 밤 특판”(Saturday Night Specials, 싸고 작아서 지니기 쉬운 권총을 이르는 속어)의 판매 금지, 그리고 권총의 등록제와 허가제를 포함했다.

1990년에, 미국 주교들은 마약 문제를 다룬 문서를 발표하면서 마약 관련 폭력 중에 총기 사용이 흔한 현상을 지적했다.

“마약 매매와 관련되어 권총과 자동화기가 폭넓게 쓰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권총을 통제할 효과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을 취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로부터 총기를 없애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호소’했던 것이 옳은 것임을 확인한다.”

1994년에는 “폭력의 문화에 직면하여”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미국 주교들은 미국에서 치솟는 폭력 사건의 원인들 가운데 “치명적 무기를 이용하기가 쉬워지고 있음”을 들었다.

2000년에는 미국 주교들은 형사 처벌과 회복에 관한 한 문서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총기 규제를 언급하였다.

“우리 모두는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뿌리 뽑고 피해자들이 피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해야만 한다. 주교들로서, 우리는 화기의 판매와 사용을 규제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 대책들(특히 원 소유자 아닌 다른 이나 아이들이 감독받지 않은 채 총기를 쓰는 것을 막을 대책들)을 지지한다.”

이 문서의 각주에서, 주교들은 경찰이나 군인과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미국 사회에서 총기 소지를 거의 없애는 것을 지지한다.

또한 미국의 여러 주 단위의 가톨릭 회의들도 총기 규제 대책들을 찬성했다.

1997년에 워싱턴 주에서는 권총 소유자는 허가증을 받고 안전 테스트도 통과해야 하며, 워싱턴 주 안에서 팔리는 모든 권총은 새 것이든 중고든 간에 모두 방아쇠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법안을 투표에 붙였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워싱턴 주 주교회의는 이 안을 지지했다.

당시 워싱턴 주 주교회의 사무총장인 샤론 파크 수녀는 주교회의를 대변해 이렇게 말했다. “.... 인간 생명의 가치를 열렬히 옹호하는 교회로서, 우리는 그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반대한다. 이러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권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총의 수를 줄이는 것은 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특히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다.”

올해 초, 댈러스 교구의 케빈 패럴 주교는 의회가 “총기 로비”에 빌붙고 있다면서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 애쓰는 것을 칭찬하고, 텍사스 주에서처럼 총 내놓고 갖고 다니기(open carry)를 허용하는 “카우보이 사고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 칼럼에서 “누군가가 결국 우리의 보잘것없는 총기규제법에 나 있는 구멍들을 메울 용기를 내서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역병이 되어 버린 총기 난사와 자살, 그리고 살인의 수를 줄이려고 나섰으니,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무기 거래와 무기 밀매를 단죄하는 데 목소리를 높여 왔다.

2016년 3월에 있었던 브뤼셀 테러사건으로 35명이 죽고 300여 명이 다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행위의 뒤에는, 유다의 뒤처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유다 뒤에는 그에게 돈을 줘서 예수를 넘기게 한 자들이 있었다. 이번 행위의 뒤에는, 평화가 아니라 피를 원하는, 형제애가 아니라 전쟁을 원하는 무기 제조업자와 무기 밀매자들이 있다.”

그는 2015년에 있었던 파리 테러 직후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그때, 테러 폭력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것은 “폐허들, 교육받지 못한 채 남겨진 수많은 어린이들, 죄 없이 죽은 수없는 사람들.... 그리고 무기 밀매자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엄청난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9월에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할 때도 무기에 관해 개탄했다.

“개인들과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고통을 일으키려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왜 치명적 무기가 팔리고 있는가?” “슬프게도, 그 대답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돈 때문이다. 피로, 때로는 죄 없는 이의 피로 흠뻑 젖은 돈 때문이다. 이 수치스럽고 괘씸한 침묵 앞에서, 이 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멈추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들은 합법적 목적으로 개인이 총기를 갖는 데 대한 것이 아니라 대개는 전쟁과 테러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것들이었다.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church-in-the-usa/2016/06/13/catholic-church-say-gun-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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