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욱 선생의 학교]

연일 미세먼지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유차를 비롯한 미세먼지 오염원에 대한 대책을 실행 중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클린 디젤’을 ‘환경 친화적 자동차’로 인정하면서 경유차에 대해 각종 혜택을 늘려가는 등 사실상 판매와 구입을 독려해 오고 있었다. 이런 자들이 갑자기 미세먼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갑자기 미세먼지가 심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미세먼지, ‘친환경’ 말잔치에 숨겨진 진실", 한겨레, 2016.06.01) 이제는 금방이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숨이 막히고 뇌졸중에 걸려 쓰러질 것만 같다면서 은근히 모든 책임을 환경을 아랑곳하지 않은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꾸며 대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으니 말이다. 참으로 정치적이고 참으로 천박하며 참으로 우매한 짓거리들이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그토록 절규할 때는 듣는 척도 안 하던 자들이 이제는 외국의 그 유명하신 나사(NASA)의 연구진까지 모셔다가 측정을 하고 계신다. 그리곤 국민들에게 이젠 숨도 마음껏 못 쉰다는 공포의 메시지를 매일 전달하고 계신다. 이게 전부 누구 때문인데....

학교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널리 퍼져 있고 대책도 이미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라는 게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창문을 닫고 운동장에 나가지 말고 실내 수업을 하라는 것이 대책이다. 간단해서 좋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니 해경을 없애고, 성폭행을 당하니 여교사를 없애고, 이젠 미세먼지가 많으니 바깥 공기를 없애란다. 이러다가 학교 폭력이 더 심해지면 학교까지 없애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정말 없어져야 할 것들이 별 것을 다 없애겠단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이라면 이 대책은 우선 급한 대로 실시할 수 있는 것들이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곳들이니 말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더군다나 나이가 어린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이 대책은 한마디로 대책이 아니라 사기다. 굳이 과학적 근거를 들지 않아도 단순히 상상만이라도 해보라. 이 좁은 교실에서 30여 명의 아이들이 날뛰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바깥 공기를 차단하라고? 나가지 말고 실내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거짓말도 정도껏 하시라.

▲ 수업 중인 초등학교 교실. (사진 출처 = pixabay.com)

교실의 기준 면적은 약 66제곱미터다. 이 좁은 곳에 보통 20-3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바글거린다. 가만히 앉아서 수업하는 시간이야 가만히 있겠지만 고작 10분 쉬는 시간만 주어져도 아이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때리고 뒹굴고 뛰고.... 실내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 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미세먼지 대책 덕분에 이 조언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교실은 순식간에 먼지투성이가 되고 만다.

이미 10여 년 전에 한 공중파 방송에서 ‘교실은 숨쉬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다큐를 방송한 적 있었다. 방송 내용은 교사인 내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단순히 알레르기 체질이라 비염을 달고 사는 줄만 알았더니 나와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교실의 공기가 얼마나 더러운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을 닫아 놓은 교실의 공기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터널보다 훨씬 더러웠다. 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이산화탄소,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 부유 세균까지 어느 것 하나도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환기 없는 교실은 진공청소기 먼지통에 코를 박고 숨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환경보건연구센터와 교육부, 서울시 교육청이 2004년 6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실시한 ‘학교 교사 내 환경 위생 및 식품 위생 실태조사’에서도 학교의 공기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전국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55개 교의 교실, 과학실, 컴퓨터실 등 세 군데의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였는데 여름철 일부 교실과 컴퓨터실에서 이산화탄소는 기준치(1000ppm)의 2-3배를 넘었다. 미세먼지도 일부 교실에서 기준치(150㎍/㎥)를 2배 초과하였고, 총 부유 세균은 여름철 일부 교실, 과학실, 컴퓨터실에서 환경부 유지기준(800CFU/㎥)을 최고 6배나 초과한 4884CFU/㎥가 측정되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총 부유 세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내부자로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결과들마저도 지극히 깨끗할 때의 결과라는 것이다. 측정 나온다고 하면 미리 청소하고 환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결과가 저렇게 나오는 것이니 일상적일 때 교실은 오죽하겠는가?

▲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회 하는 모습. (사진 출처 = youtube.com)

방송에도 나오고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 10여 년 전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교실의 공기를 위해 투자된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기존 학교들은 물론이고 새로 지은 학교들, 새로 지을 학교들도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 갖춰진 곳은 없다. 오히려 기준 이하의 자재들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호르몬이나 적게 나오면 다행이다. 정부라는 자들은 멀쩡히 흐르는 강을 후벼 파는 데 22조가 넘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었으면서도 이 나라의 아이들이 마시는 교실 공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러더니 갑자기 미세먼지가 많다고 이젠 환기도 시키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이 뛰고 바글거리는 체육마저 가급적 실내에서 하란다. 정말 ‘참을 수 없는 대책의 가벼움’이다. 먼지, 세균, 이산화탄소 먹고 죽으면 그래도 미세먼지는 안 먹었다고 안심할 작자들이다.

이따위로 대책을 마련하는 한 교실은 여전히 숨 쉬지 못한다. 외부 공기가 안 좋으면 외부 공기를 차단하라는 식의 원시적 대책 말고 교사 개개인이 굳이 환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한 학교 건축을 연구하고 있고 환기가 보다 잘 되는 창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교실 안에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고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교실 공기를 쉬지 않고 필터로 여과하며 교실 안에 깨끗한 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필터를 관리하여 아이들에게 보다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실 환기를 시키는 것도 수업 현장에서는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다. 운동장에서 다른 반이 체육을 하고 있는데 교실 창을 열어 놓으면 고스란히 운동장 소음이 다 들려 온다.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런 와중에 수업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 반에서 영상 자료나 듣기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려면 다른 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창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음악 수업이나 아이들의 논의가 필요한 수업에서도 같은 이유로 쉽사리 창을 열지 못한다. 그런데 이젠 미세먼지 때문에 더더욱 환기를 시키지 못한다. 결국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대책도 기약도 없이 오염된 실내 공기를 이래저래 마셔야 한다.

대책이라는 것은 어떤 일에 대신할 방법이라는 뜻이다. 외부 공기가 더러우면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대책이다. 제발 대책 좀 세워 보자. 교실은 여전히 숨 쉬지 못하고 있다. 아니면 마스크를 매일 사 주시든가....

 
 
채성욱 교사(루도비코) 
 2003년부터 인천과 경기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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