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위 조사, 사제, 수도자 등 응답 적어 한계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가 ‘북한 복음화’에 대해 10년 만에 2번째 신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톨릭교회의 북한 지원을 지지하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 사이에는 온도차가 제법 있었다.

또한 사제, 수도자의 응답률이 기대보다 적어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심포지엄 발표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6월 10일 수원교구청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열고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크게 ‘북한에 대한 관심’, ‘통일’, ‘대북지원’, ‘탈북자의 남한사회 적응’, ‘북한 복음화’, ‘최근 남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교회의 대북지원을 지지한다는 의견은 10년 전 조사보다 많아졌다. 북한을 ‘형제애 차원에서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은 2005년 조사에서 교구 사제 32.4퍼센트, 남자 수도자 17.9퍼센트, 여자 수도자 16.2퍼센트, 신학생 18.1퍼센트, 평신도 9.7퍼센트였지만, 2015년 조사 결과 성직자 50.0퍼센트, 수도자 47.5퍼센트, 평신도 18.4퍼센트, 신학생 23.3퍼센트가 같은 응답을 했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된다는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부 지원 의견도 늘었다. 2005년 조사 결과 이러한 답변은 교구 사제 21.2퍼센트, 신학생 19.5퍼센트, 남자 수도자 16.1퍼센트, 여자 수도자 18.2퍼센트, 평신도 24.0퍼센트였지만, 2015년 조사에서는 성직자 46.6퍼센트, 수도자 46.8퍼센트, 평신도 64.2퍼센트, 신학생 70.5퍼센트가 여기에 동의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주교회의 민화위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도 물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났다. 성직자 83.1퍼센트, 수도자 79.2퍼센트가 부정적(매우 잘못함+잘못함)으로 평가한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평신도는 50.7퍼센트였다. 평신도는 37.5퍼센트가 보통, 11.7퍼센트는 긍정적(잘함+매우 잘함)으로 봤다.

▲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개최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이 6월 10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렸다. ⓒ강한 기자

사제, 수도자 응답률 10퍼센트 못 미쳐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의식 차이는 고민

이번 조사는 주교회의 민화위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 의뢰한 것으로 2005년 민화위의 ‘북한 복음화 준비에 대한 설문조사’에 이어 10년 만에 이뤄진 조사다. 그동안 변한 상황을 반영해 새 질문을 추가하거나 응답 범주를 변경하다 보니 설문 내용이 달라진 점이 많아 추세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5년 조사에서는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교구 사제, 수도자, 신학생에 대해서는 전수조사, 그리고 제주, 군종교구를 뺀 전국에서 주일 미사에 참여한 만 20살 이상 신자에 대해서는 표본조사를 했다. 사제, 수도자, 신학생에 대한 전수조사 방법으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조사를 택했는데, 응답이 적었다.

조사 결과 유효한 표본은 사제 325명, 수도자 428명, 신학생 246명이었다. 주교회의 발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5’에서 교구 신부가 4186명, 남녀 수도자가 1만 1740명, 대신학생이 147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특히 신부와 수도자는 10퍼센트에 미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만 들은 셈이다. 조사에 응한 평신도 가운데 유효한 표본 수는 1241명이었다.

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박문수 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온라인 조사는 조사자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응답자 입장에서는 세대 별로 접근성 차이가 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논평자로 참여한 전원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도 “온라인 조사 방식은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과 현대와 미래사회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지만 여전히 교회의 환경으로 볼 때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고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신부는 설문조사 결과 ‘신원별 북한과 통일 문제와 관련된 의식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쉴 새 없이 심어 주는 방송매체”의 영향을 받는 평신도들에 대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사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신학생들이 접한 북한 관련 정보나 교육이 미미하고 남북화해와 통일에 이르는 신학적, 영성적 이해는 전무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일신학의 정립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평자 김회인 신부(전주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통일사도직이라는 큰 틀의 사목서비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상황 인식의 배경이 되는 이유, 원인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시각 차이만으로 평신도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 성직자, 수도자들과 다른 평신도들의 시선이 왜 형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수원교구청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주교회의 민화위가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월에 여는 심포지엄은 그동안 주로 서울에서 열려 왔지만, 교구별로 돌아가며 열리면 좋겠다는 건의에 따라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열리고 있다. 2014년에는 대전교구에서 열렸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수원교구 신자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되는 좋은 정보가 본당 신자들에게까지 알려지지 않는 점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신자들이 민족화해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접할 기회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심포지엄 기조 발제를 맡은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는 각 본당 민족화해분과 설치와 함께, 신자들이 통일과 북한에 관한 실질적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본당 사목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주교는 “한반도의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적 통일로 방향을 잡고 나가야 한다”며 “북한의 불안정한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대화를 단절하고 군사적 대응책 마련에만 온 힘을 기울이는 어리석음과 전쟁 발발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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