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성 베드로의 눈물', 엘 그레코, 1580.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죄인이라는 단어

-박춘식


창세기의 기록 훨씬 이전

어느 임금이 왕명으로

어느 부자가 갑질로

죄 - 죄인 - 범죄 - 이런 말을 만들었을까

 

큰 죄인이 되어 그 기원을 찾아 나선다

40년을 헤매다가 천사를 붙잡고 사정,

통사정하여

하느님의 사랑백과사전을 살짝 엿본다

 

‘죄인’ 그리고 ‘죄’ -

지구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며

하늘나라에서는 ‘부족함’이라고 한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예수님은 갑질을 안 하십니다.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에는 높은 사람들이 그들의 높이와 힘을 나타내기 위해 갑질이 자주 나타납니다. 갑질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하늘나라에는 ‘지구의 갑질 전시장’이 있다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우울한 천사가 보이면 하느님께서 그 천사를 갑질 전시장에 보내어 실컷 웃도록 합니다. 전시장 한구석에 COREA 코너가 있는데 정치까들과 부자들이 과거 현재 미래 실물을 다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울 천사는 COREA 코너에는 가지 않는답니다. 저질이니까요. 죄인이라는 말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풀이하는 윤리신학자를 만나면, 여쭈어 볼 것이 많습니다. 완전하신 하느님 앞에 모든 피조물은 부족함이지, 너는 죄인이다 멀리 섯거라, 너는 죄를 범했다 하여 갈라놓는 일은 없다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무한하신 사랑 앞에서는 죄인이 없고 늘 기우뚱거리다 넘어지는 부족함이 있을 뿐입니다. 무한하신 사랑님이 부족함을 얼마나 아끼고 재미있게 보시는지 생각할수록 울컥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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