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사제 성화의 날 맞아 사회복지시설 방문

평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방과후교실 앞은 열댓 명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외침으로 가득 찼다.

천주교 춘천교구 서부지구 신부들이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며 경기 포천 솔모루 이주사목센터를 방문해, 이곳 방과후교실에 참여하는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고 음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주사목센터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솔모루 성당 배광하 주임신부와 이지목 보좌신부, 근처 본당사목을 맡고 있는 김혜종, 조철희, 정홍 신부가 이 모임에 함께했다.

센터 마당에서 어린이들과 신부들이 어울려 피구를 하는 동안, 그늘에서는 한 신부가 이른 저녁 식사 메뉴로 미리 준비해 온 고기를 구웠다. 이지목 신부는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우고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숙한 사이였다. 이곳 어린이들 상당수가 솔모루 성당으로 주일 미사를 드리러 오는 신자들이기 때문이다.

센터 봉사자 김윤자 씨(제노베파)는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신부님들과 노는 것을 좋아해요. 학교 선생님도 이렇게 못 놀아 주지요.” 또 그는 사제들이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서 센터를 찾아온 데 대해 고마워했다.

▲ 6월 9일 오후 경기 포천 솔모루 이주사목센터를 방문한 천주교 춘천교구 서부지구 신부들과 방과후교실 어린이들이 피구를 하고 있다. ⓒ강한 기자

솔모루 이주사목센터의 방과후교실에는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등 이주민의 자녀들과 한국인 가정의 아이들이 섞여 있다. 센터장 김현숙 수녀(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센터에 오는 아이들 모두가 이른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었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려면 ‘섞여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인 가정 아이들도 부르게 됐다.

몇 번의 피구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고기가 다 구워졌다. 얼마 전 센터 마당 한구석에 지어 축복식을 한 방갈로와 그 옆 임시 식탁에서 아이들과 신부들, 교사들이 한데 어울려 식사를 했다.

배광하 신부는 춘천교구에서 2016년 6월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신부들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 행사’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형식적이든 아니든 (사회복지 현장을) 한번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신도 피구를 하다 넘어지고 보니 센터 마당의 흙이 너무 굵고 거칠어 아이들의 놀이터로 쓰기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센터 마당 흙을 좀 더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고자 바로 견적 문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신부는 “더 자주 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아이들의 방과후교실 수업 시간에 맞추다 보니 어울릴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6월 9일 오후 경기 포천 솔모루 이주사목센터 마당에서 천주교 춘천교구 서부지구 신부들이 준비한 저녁 식사를 아이들이 받고 있다. ⓒ강한 기자

이날 센터를 방문한 사제들은 아이들에게 배구공과 배드민턴 장비를 선물했다.

춘천교구에 따르면 올해는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맞는 ‘사제 성화의 날’의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하자는 뜻으로 신부들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자비 체험을 하기로 했다. 교구 사제단은 6개 조로 나누어 밀알재활원, 강릉시 장애인 복지관, 춘천 시립 요양원 등을 방문했다.

사제 성화의 날은 천주교 사제가 더 훌륭한 성직자가 되도록 특별히 되새기기 위한 날로서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다음 금요일인 ‘예수성심대축일’에 지낸다. 한국 천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예수성심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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