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회적기업 ‘창의공작소’

“어떤 재료로 집을 지으면 냉방비가 덜 나올까? 허리가 굽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세면대를 이용하기 편하도록 높낮이를 조절하게 만들면 어떨까?”

학생들이 에코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흙, 유리, 나무, 철 등으로 어떤 물질이 열이 빨리 전달되는지 직접 실험하고, 배려받아야 할 사람도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한다. 그 결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모형 에코하우스가 탄생한다.

▲ 에코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열 전도율을 실험 중인 상명사대 부속여중 학생들. (사진 제공 = 창의공작소)

이 수업을 진행하는 창의공작소 한상직 연구소장은 물도 에너지 절약의 중요한 부분인데, 물은 한 집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마을 단위로 해결해야 한다며 결국 환경과 교육은 한 테두리에 묶여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에코하우스를 만들며 생태적 관점과 공유의 가치를 배운다.

상명사대 부속여중 2학년 김수안 학생은 “개미, 거미 등 곤충이나 동물이 집을 짓는 방법이 엄청 효율적이란 걸 알게 돼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접 집을 설계하고 만들 건데, 이런 다양한 경험으로 진로를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같은 학교 임유나 학생도 “학교에서는 정해진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을 하는데, 이 수업에서는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외부적 요인이 뭔지 따져 본다. 실험을 직접 세팅하면서 창의성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 노인을 위한 블럭을 설명하는 송미숙 대표. ⓒ배선영 기자

창의공작소는 생태를 바탕으로 협동, 소통, 창의성, 공유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컨텐츠를 만드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송미숙 대표는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아이들을 세계시민이 되도록 기여하는 것”이 창의공작소의 목표라고 했다.

창의공작소는 이런 철학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하고 체험하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해 콘텐츠를 만든다.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지역화폐 등의 개념을 보드게임으로 익힐 수 있는 “우리는 한 배를 탔어!”도 그런 고민에서 나왔다.

이 보드게임에는 개념을 익히는 OX퀴즈뿐 아니라 신체 활동도 포함돼 있고,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

▲ 은평 씨앗학교 학생들이 생태수업에서 만든 텃밭. ⓒ배선영 기자

텃밭을 가꾸며 하는 생태수업은 적정기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정원으로 디자인한다. 텃밭이라는 공유공간을 매개로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하는 것을 지향해 ‘커뮤니티 가든’이라고 한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주최한 꽃피는 서울상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대에 천주교 도시빈민회 간사 등 가톨릭 청년운동을 열심히 했던 송미숙 대표는 교회도 이런 생태교육에 함께 하길 바란다. 그는 ‘촉각인지 블럭’ 등 노인을 위한 도구를 소개하며, 점점 고령화되는 교회에서 노인들의 놀이문화를 바꾸는 데 함께하고 싶다. 또한 주일학교에서 이런 생태창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일학교 교사들을 교육하고 싶다고 했다. 

송 대표는 줄 세우기 식의 공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고, 이는 대안학교를 보낸 부모로서의 고민이기도 했다. 고민 끝에 대안학교와 특허청에서 20년간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에 창의공작소를 만들었다. 한상직 연구소장은 성미산학교에서 생태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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