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학연구소 인공지능 토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을 보며 그리스도교 신학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6월 7일 한신대의 개신교 신학자들이 과학자와 만나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인지과학자 이경민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서야 가치 있는 도구가 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은 인류에 대한 위협이나 도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볼 때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걱정되는 점도 있지만, “그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기술적 요인과 함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영역을 포괄하는 인간의 실존적 실천들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계산 지능의 발달에만 국한된 매우 제한적이고 일면적인 것”이며, 이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은 훨씬 많이 발전하겠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논평에 나선 전철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는 이경민 교수의 의견대로 인공지능을 ‘기술적 지능’으로 이해하고, 그를 넘어서는 ‘종합적, 수행적 지능’은 여전히 인간의 과제로 남겨 두는 데 대한 신학적 주목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성에 대한 이러한 해석을 보면서 “그리스도교에 있어서 감성, 지성, 영성의 지위와 가치를 우리가 얼마나 신학적으로 주목해 왔는가” 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은 꼭 대립적일까” 물으면서 “인공지능과 사이버 체계에 대한 인간적 감수성과 성찰을 더욱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21세기 첨단과학문명을 대면하는 인간의 여러 물음에 대한 성실한 응답과 성찰이 앞으로 신학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인류와 인공지능 간의 대국의 의미를 헤아리며 단지 그리스도교 신앙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과학문명과 윤리, 과학과 종교에 대한 더욱더 진일보된 신학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6월 7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 세미나에 참여한 이경민 서울대 교수(오른쪽)의 발표를 권명수 한신대 교수가 듣고 있다. ⓒ강한 기자

이날 교수 세미나는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렸으며,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목회상담학’ 전문가인 권명수 한신대 교수의 발표는 대체로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 발달이 인간관계와 그리스도교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권 교수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사람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녀'(Her)의 예를 들며, “로봇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생각이 받아들여지면, 인간의 반려자로도 생각 못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인공지능이 점점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사람이 기계와 어떤 관계를 갖기 원하는가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며, 로봇의 편리함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은 기계와 사랑을 나누며 더 나아가 섹스를 하길 원하는가” 같은 윤리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용성 씨(한신대 신학 박사과정)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도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이익을 위해 내놓은 상품이라 본다면, 과학과 학문도 상품이 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발전의) 이면을 봐야 한다”며 “다각적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천주교계 언론에서도 몇몇 칼럼 필자들의 진단과 비평이 있었다. 박문수 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은 3월 1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칼럼에서 이러한 기술 발전이 종교의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봤다. 그는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가 기술 진화의 결과로 민낯을 드러내면 ‘의미(혹은 해석)의 위기’가 찾아올 테고, 이 위기에서 종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적어도 새로운 의미 체계를 기대했던 이들은 종교를 떠날 것”이라고 썼다.

황진선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은 <평화신문> 4월 10일자 칼럼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이기심과 탐욕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종교계에서 인공지능이 미칠 악영향을 줄이고, 선용토록 하기 위한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생명주일 담화문에서 “풍요로운 인류의 삶을 위한다는 첨단 과학 기술이 그 본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인간 삶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은 인간 능력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인간의 삶이 로봇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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