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자료로 본 종교인들의 가족 실태

‘가족 해체’, ‘가족 붕괴’는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에서 일어나지만, 이는 더 이상 가족 구성원간의 성격이나 인성과 같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리는 악순환의 고리이며, 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의 여러 종교 가운데 뜻밖에도 가톨릭 신자들이 자살에 가장 취약하다는 조사 보고가 나왔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세희 교수는 인천가톨릭대학교 복음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전문학술연구지 <누리와 말씀> 38호에 실린 “통계로 본 가족실태 및 태도와 그 사목적 의의”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결혼, 출산 및 자녀관, 생명과 성에 대한 태도, 결혼생활 만족도 등을 분석했다. 

조 교수는 분석 결과, “가톨릭 신자들은 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불안정하고 부정적이며, 이는 무거운 사목적 과제”라면서, “가족 문제는 여러 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다각적 성찰과 노력이 요구되는 만큼, 가톨릭교회가 여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신력 있는 사회조사 결과를 모니터링해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2012-2014년 통계청 인구사회학 자료와 2003, 2008, 2012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활용해 인구 성장과 인구구조의 변동, 출산율과 사망, 자살률, 부양비, 이혼과 재혼율 등을 제시하고, “가족가치에 대한 종교별 인식 및 태도 분석”을 위해 2014년 주교 시노드 예비문서 설문 문항을 참조해, 결혼관, 가족부양, 생명, 성에 대한 태도, 결혼만족도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다.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무종교로 구분했다.

가톨릭 신자들, 결혼은 긍정적이나 자녀나 경제적 안정이 목적 아냐
이혼에 가장 관대한 가톨릭 신자들, 가장 반대하는 것은 불교

먼저 결혼에 대한 인식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은 “미혼보다 기혼이 행복하다”는 항목에 개신교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동의했다. 반면에 결혼과 자녀출산의 연관성을 묻는 “자녀를 원하면 결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종교인 중에서는 가장 낮은 응답으로, 결혼과 자녀출산의 관계를 느슨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결혼의 목적이 자녀 또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라는 항목에는 다섯 집단 가운데 가장 낮게 동의했다. 혼전 동거에 대해서도 결혼의사가 있거나 없거나 가장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톨릭 신자들은 이혼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대체로 부부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데 무종교인과 함께 가장 높게 동의했으며, “부부 불화가 있어도 자녀가 있다면 이혼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 종교인 중에서는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이혼에 관대한 만큼, 가톨릭 신자들은 한부모 양육이 양부모 양육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다. “한부모 가정도 부모가 함께 하는 것처럼 양육이 가능하다”는 문항에서 가장 많이 긍정했으며, 이는 자녀양육과 가족공동체 유지의 상관관계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자녀 양육이나 부모 봉양에 대한 책임감에서도 가톨릭신자들은 다른 종교집단에 비해 다소 느슨했다. 조세희 교수는 “가톨릭 신자들이 대체로 가족적 연대가 느슨해 가족해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분석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들은 결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가정생활 만족도와 행복도는 최하위였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낙태 가장 반대하지만, 자살 시도율 가장 높아

낙태, 자살 등 생명과 관련된 지표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해 또는 자살 시도 경험은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과 관련한 경험은 무종교인이 가장 적게 했다는 것도 기억할 지점이다.

2012년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지난 1달간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시도해 봤다는 이들을 종교별로 살펴 보면, 가톨릭 신자들이 자살 충동, 계획, 시도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죽음 충동, 자해 충동, 자살 생각, 자살 계획, 자살 시도(조사 시점 기준 지난 1달간) 모두 가장 높은 비율인 것은 물론, 타종교와의 격차 또한 독보적으로 컸다. 특히 평생에 걸쳐 자살 시도를 한 경험은 다른 항목에서 0.2-1.8퍼센트 차이를 보였던 것에 비해 7.9퍼센트나 높게 나왔다.

‘낙태’와 관련해서는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태아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무종교인, 불교에 이어 세 번째로 높게 허용했으며, “소득이 낮아 기를 수 없다”는 이유에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가톨릭 신자들은 전반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허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혼전 성교 가장 반대하지만 혼외 성교는 상대적으로 허용
동성부부 자녀 양육은 두 번째로 높은 찬성률

‘성에 대한 태도’와 관련한 혼전 성교와 혼외 성교, 동성애, 동성부부 자녀양육에 대해서 가톨릭 신자들은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가톨릭신자들은 혼전 성교를 가장 반대했지만, 혼외 성교에 대해서는 세 번째로 많이 찬성했다. 또 동성애에 대해서도 가장 반대한 개신교에 이어 세 번째로 반대했지만, “동성 부부(남남, 여여 부부)의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가장 찬성하는 무종교인에 이어 두 번째로 찬성했다.

마지막으로 “가정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가정생활에 만족하는가”, 그리고 “인생 전반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은 가정생활에는 세 번째로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인생 전반의 행복도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 종교집단 가운데서는 가장 하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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