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처럼 - 웹툰 "외모지상주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장 친근하고 인기 있는 대중문화인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현재 조회수 1위인 포털사이트 최고 인기 웹툰이다. 댓글이 3000-4000개씩 달리는 건 기본이고 수시로 인터넷 뉴스 기사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다. 웹툰 작가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 출연할 정도로 웹툰의 인기는 작가에 대한 인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곧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된다고 한다.

"외모지상주의"의 인기 비결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웹툰에서는 못생기고 가난한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잘생기고 튼튼한 몸을 하나 더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펼쳐진다. 뚱뚱하고 못생긴 주인공 박형석은 왕따와 폭력을 당해 왔지만 잘생긴 박형석의 몸으로 전학을 가자 남녀 학생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는다.

웹툰에서는 끊임없이 못생긴 박형석과 잘생긴 박형석에 대한 친구들과 주변인들의 반응 차이를 비교한다. 둘이 다른 건 오직 외모뿐인데 사람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다르다. 버스를 탈 때 못생긴 박형석이 옆자리에 앉으면 여자들이 싫어하고 잘생긴 박형석이 앉으면 좋아하는 걸로 그려진다.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잘생긴 박형석이 선호되는 건 마찬가지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제목처럼 이 웹툰은 외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가의 의도가 단지 이를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비판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 웹툰은 오히려 그러한 편견을 강화시키고 혐오를 확산하고 있어 문제적이다.

▲ (이미지 출처 =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베스트도전만화' 인사말 페이지)

박형석은 외모는 뛰어나지 않지만 랩 실력이 출중한 친구 덕화를 보며 “먹이 사슬 밑바닥 운명으로 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자신의 패배의식을 반성한다. “세상 탓, 엄마 탓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의지를 가져 본다. 하지만 친구 덕화는 놀랄 만한 실력과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모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다. 연예기획사 사장은 덕화 대신 잘생긴 형석을 스카웃하려고 한다. 대중이 그걸 원한다는 거다.

이렇듯 외모에 모든 탓을 돌리던 자신을 개선하려는 형석의 의지는 ‘외모지상주의’의 현실 앞에서 곧 꺾이고 만다. 못생긴 형석의 문제는 늘 잘생긴 형석의 등장으로 해결되어 버린다. 웹툰은 ‘보다 나은 나’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뿐 결코 현실의 문제들과 만나지 못한다. 청소년 독자들은 외모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나 ‘흙수저’로 응축되는 계층 문제를 비판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채 또 한 번 공고히 할 뿐이다.

나아가 이 웹툰에서는 외모가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자본을 획득하는 능력이라는 생각 또한 아무런 반성 없이 강조된다. 덕화가 진행하는 인터넷 음악 방송은 인기가 많지 않았지만 잘생긴 형석이 출연하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형석은 순식간에 큰돈을 번다. 못생긴 형석이 한 달 내내 밤새 편의점에서 일하며 번 돈은 잘생긴 형석이 인터넷 쇼핑몰 모델로 몇 시간 일한 돈보다 적다. 외모가 곧 자본의 교환 가치라는 사실을 그저 알려 주는 셈이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문제적이다. 여성 인물들은 잘생긴 형석에게 끊임없이 구애하고 서로를 견제한다. 한편 여성 인물들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관계, 지위, 자본을 획득하는 동시에 그것이 통용되는 상대 남성과 여성 자신에 대한 혐오를 내비친다. 특히 청소년 수련원의 미남 교관이 상습 성폭력범이 된 이유에 대한 설정은 매우 심각하고 제재까지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를 그 교관이 잘생겼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여자 친구들을 해코지해도 넘어가 주고, 늘 많은 여성이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웹툰 대부분은 학교가 배경인 학원물이다. 웹툰의 주 독자층이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인 웹툰이 대체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동청소년문학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청소년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차별, 편견, 혐오를 내재화하는 이러한 웹툰에 대한 관심이 폭력과 성의 표현 수위를 제재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보인다.

 
 

김유진(가타리나)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동시집 “뽀뽀의 힘”을 냈다. 그전에는 <가톨릭신문> 기자였고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곳에서 아동문학과 신앙의 두 여정이 잘 만나길 바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