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우주 가득한 성체성사

-박춘식


아기는 엄마를 먹는다

엄마의 손맛을

엄마 마음을 느끼는 세월이 가면서

노구(老軀)가 되면 엄마를 되새김질한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사람은 줄곧 어머니하느님을 먹고

어머니하느님은 사람을 연신 곱먹는다

하느님은 먹이사슬의 시종(始終)이며

우주는 하느님의 먹이그물임을 깨닫는 순간

하늘 높이 은하(銀河) 빵이 흘러간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5월 30일 월요일)

 
성체의 신비를 확장하여 묵상하면 늘 목이 막힙니다. 사랑은 왜 먹이를 수반할까요? 먹거리가 왜 사랑의 표현일까요? 사랑은 생명이고, 생명에게는 먹이가 있어야 하고, 먹이는 많은 끈을 이어야 하며, 서로 연결되는 줄이 그물을 만들면, 사랑은 혼자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어떤 모임보다 음식이 풍성한 잔치에 초대받으면 그날은 매우 기쁜 날이 됩니다. 그래서 주일 미사는 아주 기분 좋게 가야 하는데 가끔 그렇지 않습니다. 근엄한 사제의 얼굴이 딱딱한 빵으로 보이고, 거만한 아무 아무개는 식어버린 국그릇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은 형제 남매들에게 어떤 맛을 가진 밑반찬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말 없는 감실 앞에서 성체의 신비를 묵상해 보시기 권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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