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5년째 매달리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프란치스코). 그는 5월 초,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항의 방문에 나서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 사례와 피해자를 찾는 일에 힘쓰고 있다.

5월 26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여 년에 걸쳐 일어난 ‘안방의 세월호’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사건이라면서, “밝혀진 사망자만 266명인 이 사건의 교훈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은 우리 주변의 스프레이 제품을 모두 치워 버리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2016년 4월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 및 신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사망자 266명을 포함해 1848명이 피해자로 접수됐다. 530명이 2014년과 2015년에 정부판정결정을 받았고, 752명이 조사 중이다.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 민간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566건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4년 가습기살균제 출시부터 2011년 제품이 수거되기 전까지 가습기살균제는 20여 종이 출시됐고, 옥시레킷벤키지의 '뉴가습기당번' 1종만 해도 10년간 453만 개, 관련 제품은 매년 평균 60만 개가 팔렸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은 800만에서 1000만 명, 약 15만 명에서 200만 명이 잠재적 피해자로 추산된다. 현재 밝혀진 이들은 추산치의 0.5퍼센트에서 0.08퍼센트인 셈이다.

최예용 소장은 이미 사망하거나 질병을 앓고 있다고 확인된 수도 적지 않지만, 훨씬 많은 이들이 아직 피해 상황을 모르거나 잠재적 발병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피해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그 기준이 폐질환의 경우에 한정돼 있어, 피해 판정 기준을 다시 만들고, 현재 진행 중인 3-4차 판정은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타박상 치료제와 같은 것도 환부 치료에는 효과가 있지만, 흡입했을 때에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실제로 가습기살균제에 따른 다른 장기 피해 상황은 동물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가 포함된 덴마크 수입 제품 세퓨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폐섬유화 외에도 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간이나 기타 장기까지 망가졌다.

가습기살균제 주요 위해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MIT/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의 독성치는 각각 2500, 10500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낮은 MIT/CMIT도 약 9.4로 1이상이면 독성물질로 볼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정부는 2011년 제품 회수를 하면서 CMIT, MIT가 들어간 애경 가습기메이트, 이마트와 다이소 피비상품은 제외해, 초기대응이 미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체 사용자와 피해자의 실제 규모는 얼마인가?
왜 판매한 지 17년이 지난 2011년에야 알게 됐나?
왜 알게 된 지 5년이 지나서야 수사가 진행되고, 사회문제가 된 것인가?
지금은 과연 괜찮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배울 교훈은 무엇인가?”

50여 페이지에 사건 관련 내용을 빼곡히 정리한 최 소장은 위의 의문점 모두가 지금부터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먼저 이 사건이 2011년 드러난 것은 현대아산병원에 산모 7명이 같은 폐질환 증상으로 입원한 것이 계기였으며, 2011년 전후, 신종플루 영향과 겨울철 기온이 떨어진 탓에 가습기살균제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2011년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들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11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위해성이 확인되자 제품을 수거했다.

가습기살균제 위해성이 확인되면서, 2012년 피해자들이 첫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와 제조판매업체에는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고, 제조판매사들은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1차 소송에 대해 2012년 8월,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고, 2015년 1월, 법원은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 뒤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지속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5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 빼곡한 화학제품들. 가습기살균제 뿐만 아니라 세탁세제와 방향제, 세정제품도 포함되어 있다. ⓒ정현진 기자

가습기살균제만 피하면 된다? 훈증형 살충제는 어떨까?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시민들에게 이른바 ‘케미컬포비아’, ‘살균제 노이로제’를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이다. 가습기살균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활이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다.

최예용 소장은 이에 대해,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생각, 우리 주변의 현상을 감시의 눈으로 보지 않았던 안일함에서는 단호하게 벗어나야 한다”면서, “당장 우리 주변에 있는 흡입 가능한 스프레이 제품부터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안전성을 확보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팔리는 스프레이형 제품은 모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당장 우리 주변에 있는 것부터 없애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은 살균, 살충 성분 제품이 대기 중으로 분사되어 호흡기에 닿은 것이 원인이라는 데 집중하자”며, “200명이 넘게 죽었다는 것만으로 메시지는 충분하다. 이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추상적으로 거대 담론이나 제도에 앞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위해 물질을 삶 안에서 퇴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뿐만 아니라 스프레이형 근육치료제, 방향제, 훈증형 살충제 등 흡입으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고, 나아가 아예 스프레이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고, 다른 분야의 위험성에도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1차적 사법처리는 재판 진행 기간으로 볼 때, 늦어도 2018년 초에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속 범위와 처벌 정도에 따라 또 다른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최예용 소장은, 현재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을 계속해서 찾고 그들에 대한 다양한 배상과 보상 그리고 사회적 돌봄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자신이 스스로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죄책감과 피해의식에 대해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해 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책임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제도개선 과정에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 사건으로 인한 교훈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제도가 개인의 구체적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자신이 무언가 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그동안 석면 추방, 시멘트산업공해 문제 해결에 노력해 왔으며, 가습기살균제 문제와 관련 대책위원회에는 서울대교구 구요비 신부와 정수용 신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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