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훈민정음.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한글을 축복하소서

-박춘식


진동(振動)의 으뜸이신 하느님

엄마의 목젖을 바로 세우면서

아어오우 모음(母音) 으이를 강복(降福)하소서

 
자음(子音)은

아빠의 입술과 굳은 혀를 눅이어

가나다라 마바사 축복하소서

 
첫 말씀이신 하느님

초성 중성 종성 안에 매일

상큼한 꽃 내음을 채워

하늘로 땅으로 사람으로 흐르게 하소서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아이는 강아지를, 아빠는 자동차를 성당에 가지고 갑니다. 사제의 축복을 받으려고 기다립니다. 사제는 축복 기도서를 들고나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집 음식 물건 동물 식물 모든 것이 축복의 대상입니다. 축복의 첫 의미는, 모든 것(사람이 만든 것까지)이 몽땅 하느님의 소유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그리고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겠습니다, 하는 의미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나 글자에 대한 축복 기도는 제가 보지 못하여 많이 섭섭했습니다. 한글이 가장 우수한 문자임을 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말과 글을 축복받아 하느님께 더 많은 영광이 되도록 노력하는 마음도 중요하리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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