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5.18 36주년 기념 미사 봉헌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이집트의 착취와 억압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출한 모세와 같이, 억압과 착취의 군부독재에 맞서 민중들을 구하도록 부름받았고, 많은 이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쳐 민주화의 다리가 되었습니다.”

광주대교구의 ‘5.18광주민중항쟁’ 공식 기념 미사가 5월 16일 광주 남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는 5.18 당시 광주대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대주교와 옥현진 보좌주교를 비롯한 70여 명의 사제단과 600여 명의 신자, 수도자가 참석했다.

▲ 광주대교구가 남동성당에서 6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5.18 36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올해도 5.18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날 미사의 입당 성가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지난해 같은 논란에 대해, 김희중 대주교는, “보훈처장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내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를 제창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힘을 모으자”고 한 바 있다.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입니까?”(사도 22,15-16)

이날 미사의 강론을 맡은 옥현진 보좌주교는 5.18 당시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는 시민들의 가두방송 내용을 상기하고, 우리에게 기억해야 할 사명, 예언자로서 정의와 평화, 인권에 앞장서야 하는 예언자의 사명이 있으며, 그 시작은 빛고을 광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물질을 생명보다 우위에 두고, 미래의 후손보다 우리의 삶만을 생각하고, 이웃의 고통에 눈감고, 공권력이 백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모른 척 해 왔습니까”라고 물은 그는, 세월호참사, 가습기 살균제 문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을 들며, “이러한 죽음의 삶은 예언자적 사명의 외침이 끝나는 자리에서 싹을 틔운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언자는 거룩해야 하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정립할 때, 세상을 향해 정의를 외칠 수 있다”면서, “각자의 삶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로서 우리의 역할을 증거하자”며, 5.18을 잊지 않기 위해서, 반복된 잘못에 빠지지 않도록, 또 다시 부끄럽지 않도록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 백남기 농민 사건과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을 해결하는 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신앙인들이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참가자들은 미사 뒤, "5.18 역사 왜곡 규탄",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의 현수막을 들고 전남도청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미사 뒤, 사제단과 참가자들은 남동성당에서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5.18 역사 왜곡 규탄”을 비롯해 “세월호 특별법 개정”, “구조조정 중단”,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 “유전자변형 식품 개발 중단”, “개성공단 즉각 가동”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광주대교구는 2005년에 5월 18일을 "교구 5.18기념일"로 지정했으며, 각 본당과 수도원에서는 5월 18일 앞뒤로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남동성당에서는 5월 18일까지 5.18 사진전을, 5월 18일 오후 7시에는 5.18 음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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