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불교 재가모임 우희종 교수

그 어느 때보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종교 내부 문제에 직접 나서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웃의 고통과 함께 한다는 종교의 근원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부처님오신날 기획으로 불교 종단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부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고자 하는 한 재가(출가하지 않은 불자) 단체를 소개한다.

바른불교 재가모임(바불재)은 천주교 식으로 말하면 평신도로만 구성된 단체다. 재가모임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국대 사태, 용주사 금권 선거, 한전부지 환수 문제 등 굵직한 이슈에 목소리를 냈다. 또 스님과 신도가 평등하게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학당을 열어 불교의 본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고자 애쓰고 있다.

11일 바불재 대표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대)를 연구실에서 만나 모임을 만든 이유와 불교의 본래 가르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2015년 10월 조계종 총무원 앞에서 용주사 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바불재. (사진 제공 = 바른불교 재가모임)

종단의 문제 밑에는 굴종의 신앙이 자라잡고 있어

우희종 교수가 조계종단의 문제를 깊게 들여다 본 계기는 “불교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송담 스님”의 탈종이다. 한국 불교의 상징적 존재가 종단을 떠나는 것을 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그는 “종단에 구조적 문제가 있으며, 그로 인해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사회에 펼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고, 바른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재가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종단의 구조적 문제에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신도들이 잘못에 눈감고 있기 때문이고, 신도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은 “굴종의 신앙”이 자리하고 때문이라고 했다.

불교에서 원래 신도나 승려는 역할만 다를 뿐 법적 지위는 평등하다. 하지만 실제는 “스님은 감히 우리가 뭐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우 교수의 지적이다.

▲ 우희종 교수 ⓒ배선영 기자
또 그는 맥락의 구분 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굴종의 신앙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탐욕을 위한 옳고 그름과 바른 가르침을 위한 옳고 그름은 다른데, 같게 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가르침이) 이타적 삶을 사는 진정한 신도로의 성장을 방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바불재는 신도들에게 바른 가르침을 공유하기 위해 학당을 연다. 우 교수도 대승불교에 대해 강의한다.

바불재는 교육 뿐 아니라 좋은 모델이 되는 사찰을 순례하며, 바람직한 종단 운영 체계의 대안을 찾는다. 순례할 사찰을 정하는 기준을 묻자 우 교수는 재정이 투명하고 사회 참여를 실천하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는 “많은 사찰에서 보시금(봉헌금)을 불투명하게 관리된다”며 이는 이권의 개입, 부정부패, 돈 선거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그래서 바불재는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신도회의 주체성을 주장한다. 지금처럼 주지승이 신도회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도회 자체에서 회장을 뽑아야 하며, 신도회가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바불재는 조계종단 뿐 아니라 태고종 등 다양한 종단의 사찰을 찾는다. 그는 “조계종단이 곧 불교는 아니며, 다양한 종파가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5월 29일에는 승려가 아닌 재가법사가 이끄는 태고종의 동림사와 지역과의 연대로 사회 참여를 실천하는 실상사를 순례한다.

불교는 사회 참여적이다

왠지 승려하면 속세를 떠나 계곡 위 바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수행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이미지에 불교에 매력을 느낀다. 우희종 교수는 수행이 사람들이 불교를 접하는 계기가 되지만, 거기서 멈추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수행은 결국 삶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이런 지향점을 말하지 않았을 때 불교는 사기이며, 미신이 된다고 강조했다.

▲ 2015년 11월 조계종단이 불교계 두 매체를 해종언론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토론회 (사진 제공 = 바른불교 재가모임)

“부처님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의 현장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틱녓하인(틱낫한) 스님을 비롯해 사회 속에서 실천하자는 참여 불교가 현재 세계적 흐름이라고 했다.

우희종 교수가 종단의 문제에 모른 척 하지 않고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것도 깨달음이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굳이 복잡한 문제에 끼어 내 삶을 소비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이해는 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단의 문제에) 눈을 감으면 불교 신자로서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고, 신앙을 실천하지 않는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힘들어서 혹은 존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만나지만, 어느 시점에는 나만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신앙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했고, 풍요로워졌고, 자유로워졌다.

바불재는 2015년 3월 40여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이 500여 명이다. 이중 후원 회원은 100여 명이고 대구지부, 경기지부, 미국에 뉴욕지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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