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주보, 불교의 자비 다뤄

천주교 인천교구가 자비의 희년을 맞아 불교에서의 자비의 의미를 교구민에게 알리는 “불교와의 대화”를 마련했다.

인천교구는 주보 2월 28일자부터 5월 1일자까지 10회 동안 불교에서의 자비와 보살의 의미를 짚어보는 글을 실었다. 글은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최동석 신부가 썼다. 최 신부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불교철학을 전공했다.

인천교구 홍보국은 지난해 이를 기획했으며, 주보에 연재를 시작하며 자비의 특별희년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날에 선포된 것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을 배척하지 않고, 그들의 행동 양식, 규율, 교리를 존경한다”는 공의회 문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을 인용하며 자비에 관해 불교와 대화하는 목적을 설명했다.

최동석 신부는 글에서 우선 자(慈)와 비(悲)의 뜻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비가 실천으로 드러나는 보살에 대해 살폈다.

“친구, 진실한 우정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자(慈)는 소승불교에서는 ‘동료, 친구에게 안락과 이익을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되고, 불쌍히 여김, 슬픔 등을 의미하는 비(悲)는 ‘동료, 친구로부터 고통과 불이익을 제거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살은 이미 깨쳤음에도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자신이) 부처가 되는 것을 보류한,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이상적 존재다.”, “보살이 해야 할 것은 자신의 해탈이라는 수행을 하는 동시에, 붓다가 되어 일체 중생을 구하겠다는 원력으로 ‘이타수행’(자기가 얻은 공덕과 이익을 다른 이에게 베풀어 주며 중생을 구제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최 신부에게 직접 연재한 내용 중 핵심을 짚어달라고 하자 그는 “보살의 마음”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답했다.

▲ 지장보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6호, 서울 수유동 본원정사 목조보살좌상) (사진 출처 = 문화재청)
그는 “자비를 실천에 적용하는 것이 보살”이라며, 세상의 모든 고통을 듣고 아픈 사람을 돕고(관세음보살), 지옥에 있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지장보살) 등 자비로움의 구체적 모습을, 보살을 통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교는 이웃 종교이자 우리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비의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휴일에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자도) 거부감 없이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있길 당부했다.

교구 주보에 불교에 대한 글이 실린 것에 대해  열린선원 법현 스님(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장)은 “다른 종교에 가서 우리 종교를 이해하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 교도에게 다른 종교를 이해하라고 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웃 종교의 소통을 반가워했다.

법현 스님은 자비는 ‘자비희사’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불교사전에 따르면 희(喜)는 남이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얻으면 기뻐하려는 마음, 사(捨)는 남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마음이다. 그는 언어는 달라도 그리스도에서의 사랑은 자비희사와 같은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교구 효성동 성당의 한 신자는 평소에도 불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보를 보고 신기했고, 내용의 깊이에 놀라 찬찬히 읽어 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는 흥미롭게 봤고, 내용이 좀 어려웠다고 했다.

최동석 신부는 “자비는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연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이어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가 지금까지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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