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과 활동' 영성학교, 석일웅 수사 강연

교회쇄신을 위해서는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나와 다른 것,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에 나를 열어 놓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 수도자가 강조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에서 “교회쇄신을 위한 사제, 수도자 영성”을 주제로 작은형제회 석일웅 수사의 강연이 열렸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과 우리신학연구소가 교회의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깊은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일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는 '관상과 활동' 영성학교다. 석일웅 수사는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사무국장이다.

석 수사는 교회쇄신을 말하기에 앞서, 성경을 토대로 교회란 무엇인지 짚었다. 우선 “교회는 치유의 공동체”다. 예수는 병들고 가난한 이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을 치유하며 ‘하느님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공동체를 이룬 예수의 제자가 그의 영성을 따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또 교회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가정이다. 사회적, 심지어 혈연관계도 모두 끊고 새롭게 맺어진 공동체다. 이 교회공동체는 예수의 영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따른다. 새로운 가치란 율법을 지킨 결과가 아니라 복음과 성령을 따름으로써 구원된다는 것이다.

▲ 지난 4월 3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인문카페 엣꿈에서 교회쇄신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교회공동체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였지만, 형제자매다. 모두 평등하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애를 발휘해야 한다. 지배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섬겨야 한다.

지금의 교회는 어떨까? 이런 본래 교회의 모습일까? 석일웅 수사는 형제애라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지배하고 나와 다르면 배제하는 ‘우리’를 지적했다.

교회쇄신을 말할 때, 교회는 누구일까? 주교? 본당 신부? 사목위원? 수도회? 예를 들어, 말이 통하지 않는 본당 신부를 비판하며 교회쇄신을 말할 때, 그 교회에 나는 빠져 있다. 석 수사는 쇄신되어야 할 교회에는 나 자신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게 모르게 나는 빼고 쇄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가 교회쇄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일까? 석 수사는 “남성 중심, 성직자 중심, 인간 중심, 일 중심의 가부장적 태도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가톨릭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원리 위에 있으며, 인간 중심의 사고는 지구를 착취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석 수사가 교회쇄신을 위해 강조한 것은 “나를 열어 놓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미사 참석 여부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너무 중요하지만, 이를 잣대로 사람을 나누고 배제하는 것은 하느님나라를 지향하는 사람의 태도인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느님나라의 조건은 개방성이며 이는 겸손과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에 나를 열어 놓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대수천)에 대해서도 석 수사는 처음부터 선을 긋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성 사제를 논의한다면 교회에 대해 걱정하는 것, 이야기하지 못한 것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석일웅 수사는 우리가 진짜로 절실하게 교회쇄신을 바라는지 물었다. 문제 해결은 그 절실함에 달렸다. 그는 웃으며 다음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말로 절실한가요? 그런데 (이 강연이) 끝나면 저도, 여러분도 탁탁 털고 나갈 거잖아요.”

‘관상과 활동’ 영성학교는 5월 7일에는 박문수 평신도신학자가 강의하며, 5월 14-15일에 피정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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