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사회사목
주일학교 청소년도 예외 아니다서울 노사위, 주일학교 학생 ‘알바’ 실태 발표

노동절을 앞두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노사위)가 주일학교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는 부당한 노동조건이 그대로 드러났다.

노사위가 가톨릭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실태와 노동에 대한 의식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위는 4월 27일 저녁 서울대교구청에서 2016 노동절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노사위는 교구 내 중고등부 주일학교에 나오는 청소년 1818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경험과 노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아르바이트 경험에 대해 답한 청소년은 151명으로 8.31퍼센트였다.

현재 하고 있거나 최근에 했던 아르바이트 종류로는 전단지, 스티커 돌리기(중학생 47.82퍼센트, 고등학생 27.27퍼센트)가 가장 많았다. 고등학생은 뷔페, 웨딩홀, 음식점 서빙, 패스트푸드점 점원으로 일해 본 경우도 많았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아르바이트 경험 청소년 중 근로계약서를 썼던 경우가 35.76퍼센트(54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서를 썼다는 54명 가운데서도 51.85퍼센트(28명)가 사본을 받지 않았다. 근로조건을 적은 서면 근로계약서를 주는 것은 미성년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용자의 법적 의무지만, 현실의 아르바이트 청소년 다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작성하지 않은 이유. (자료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응답한 청소년의 40퍼센트 이상은 임금을 딱 최저임금만큼 받았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겪은 부당한 노동조건을 복수로 답하게 한 결과 가장 많은 답이 나온 것은 쉬는 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41명)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 것도 근로기준법상 의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임금을 늦게 받거나 정해진 임금보다 적게 받은 경우, 욕설이나 폭언을 듣는 경우, 주휴수당(근로기준법상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각각 20명 이상이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수정 노무사(체칠리아)는 2013년 서울시가 청년 아르바이트 사업장 1511곳을 방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6.7퍼센트만 주휴수당을 받고 있었고, 주휴수당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38.6퍼센트였다고 말했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참고 계속 일했다’는 답변(21.74퍼센트)이 가장 많았고, 그냥 일을 그만둔 경우는 10.86퍼센트였다. 개인적으로 항의(5.43퍼센트)하거나 고용노동부나 경찰 등에 신고(4.35퍼센트)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람은 드물었다.

한편,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직업 1순위는 교사(14.13퍼센트)였고, 다음으로 의사, 과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수정 노무사는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전국 중고생 희망직업 실태조사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814명(44.77퍼센트)이었다. 이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4년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1’에서 나온 비율 16.5퍼센트보다는 높은 것이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4월 27일 노동절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청소년들의 노동인식과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한 기자

이번 조사를 위해 노사위는 2016년 3월 한 달 동안 서울대교구 54개 성당의 중고등부 주일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했고, 이 가운데 50개 성당에서 응답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5’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본당은 229개, 주일학교 학생 수는 중등부 6165명, 고등부 3842명이었다. 노사위의 조사는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청소년 중 18.17퍼센트의 응답을 들은 셈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좀 더 인권이 존중 받고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인권 교육’이 주로 제시됐다. 노사위원장 장경민 신부는 “사회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온 우리 교회가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정 노무사도 2015년부터 서울대교구 노사위가 청소년 노동인권 관심자 교육 프로그램과 청소년 노동권리 교육 ‘숨’을 시작한 것을 소개하며 “주일학교 교리 과정에 노동인권의 내용을 담고, 교회 안의 다양한 주체와 만나는 교육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30여 명이 참여했다. 한 참석자는 사용자가 노동인권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장경민 신부는 한국 교회의 공식적인 사용자 대상 노동인권 교육은 없고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정평위의 사회교리학교, 기업인들의 단체인 가톨릭경제인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논의하는 것을 예로 들었지만, “한국에서 기업인 대상으로 노동 교육은 거의 없고 부족한 실태”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강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