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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가톨릭에게 '바오로'는 무엇인가?천주교 사제가 쓴 바오로 책, "하느님의 구원 은총"
강한 기자  |  fertix@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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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6  13: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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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바오로는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했던 최후의 만찬에 함께 있지 않았던 “사도”다. 그럼에도 ‘바오로’는 신자들이 ‘예수’ 다음으로 많이 듣는 이름일 수도 있다. 교회가 봉독하는 성경 말씀 가운데 바오로 사도의 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 이름을 듣는 빈도에 비해 우리는 바오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같은 표현은 어떤 면에서 매력적이지만, 내가 당장 옆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친구에게 ‘예수의 가르침’은 소개할 수 있지만 ‘바오로의 생각’을 전하기는 어렵다. 바오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로마서 풀이”(지금여기, 2011)를 쓴 정양모 신부도 이 책 끝에 로마서를 풀이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못해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바오로가 그리스도교에 끼친 깊고도 넓은 영향을 생각하면 신자들은 바오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야 한다. 특히 천주교는 개신교에 비해 바오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프랭크 메이트라가 쓴 “하느님의 구원 은총 - 바오로 신학”이 번역 출판된 것을 계기로 바오로 신학에 관해 성서신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랭크 메이트라는 미국의 신약학자이자 가톨릭 사제다. 한국어판에 추천사를 쓴 사람들은 저자가 성경을 통합적으로 보고자 많은 노력을 했으며, 바오로 사도의 신학을 구원과 은총이라는 관점에서 간결한 문체로 종합적으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 "하느님의 구원 은총 - 바오로 신학", 프랭크 메이트라 지음, 한충식 옮김, 바오로딸, 2016.
한국의 ‘바오로’ 연구, 갈 길이 멀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가톨릭 신학계에서 바오로 연구는 아직 초보적 단계라는 의견이 많았다. 성서신학자인 민남현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한국 가톨릭의 바오로 신학 연구 상황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연구 결과를 읽을 독자가 많지 않고, 이를 소개할 만한 공간도 적기 때문이다.

또 민 수녀는 바오로 서간을 공부한 사람들이 그 전공 분야를 깊게 연구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다른 일을 겸하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민 수녀는 바오로 서간에 대한 한국 저자의 작품이 적고 번역서도 많지 않아 필요한 경우 외국에서 나온 책이나 논문을 찾아 읽는다며, 얼마 전 김영남 신부의 “로마서”(성서와함께, 2014)가 출간된 것이 기쁘고 다행이라고 했다.

이연수 가톨릭대 ELP학부대학 교수도 “한국에서 나온 바오로 관련 서적 대다수는 신약성경 개론 차원에서 바오로의 서간을 집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독자들이 우리말로 접할 수 있는 바오로에 대한 책들은 바오로의 생애, 사상을 소개하고 그의 서간들의 저작 시기, 장소, 주요 논쟁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정도에 그친 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구원 은총”은 개신교의 한충식 목사가 번역을 맡았다. 그는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13개 문서가 바오로의 이름으로 돼 있고, ‘사도행전’ 28장 가운데 16개 장에서 바오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신약성경의 절반 이상이 바오로에 관한 내용인 셈”이며, 성경을 넘어 아우구스티노,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에 이르기까지 바오로의 영향은 결정적이라고 한다.

신약성경에서 바오로가 쓴 것으로 소개되는 부분은 ‘로마서’, ‘코린토 1, 2서’, ‘갈라티아서’, ‘에페소서’, ‘필리피서’,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1, 2서’, ‘티모테오 1, 2서’, ‘티토서’, ‘필레몬서’다. 프랭크 메이트라는 이 가운데 7개 서간(로마서, 코린토 1, 2서, 갈라티아서, 필리피서, 테살로니카 1서, 필레몬서)은 바오로가 직접 썼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학자들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밝힌다. 나머지 6개 서간(에페소서,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1서, 티모테오 1, 2서, 티토서)은 바오로가 진짜 저자인지 논란이 있다.

바오로를 오해하지 않으려면

한편 바오로는 오늘날까지도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다. 한충식 목사는 “바오로만큼 그의 생애 당시에나 오늘날까지 많은 오해를 받거나 왜곡되고, 또는 과장되거나 폄하된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의 기초가 된 것이 은총과 율법, 신앙과 행위를 대조한 바오로였다.

한 목사는 바오로의 가르침이 노예와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적 인습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됐고,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로 시작하는 로마서 13장 1-7절은 히틀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는 근거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이런 점에서 “바오로 신학의 올바른 정립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교회 공동체의 성격과 신앙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바오로의 말을 해석하는 데 많은 쟁점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열린 대화와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고,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 목사의 의견이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학문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 바오로의 서간 중 하나인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강한 기자
이연수 교수는 바오로의 서간들을 포함해 성서를 잘 해석하려면 ‘독자 중심의 방법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그동안 많은 성서 해석은 유럽, 미국 등지의 중산층, 백인, 남성 성서학자가 주도했다며, 이러한 관점을 뛰어넘어 “독자가 처한 시대, 문화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독자의 이야기로 성서를 읽어 내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서를 대하는 독자는 인종, 민족, 성별 등에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무수한 의미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신자들에게 바오로가 줄 수 있는 도움

온갖 어려움이 있지만 바오로가 쓴 성경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민남현 수녀에 따르면 이는 지식을 넘어 신앙으로 가는 길이다. 민 수녀는 “바오로의 서간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바오로가 만난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바오로를 통해 하느님을 체험하고 싶은 갈망이 독자에게도 강하게 밀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 수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주석서나 신학 책을 읽기 전에 바오로 서간 자체를 먼저 깊이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성경을 가까이 대하고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이가 쓴 주석서나 신학 자료를 읽으면 그 저자의 관점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수용하게 되고, 이는 자신의 삶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성 바오로, 필리프 드 샹파뉴, 17세기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한충식 목사는 “바오로를 알지 못한다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구원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한 목사는 바오로 서간은 기본적으로 교회 공동체에 보내는 편지이기 때문에, 바오로가 살던 당시의 시대와 장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공동체가 처한 문제가 무엇이었고, 바오로 사도는 여기에 어떤 대답과 처방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바오로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 하지 말고, “삶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진지한 노력과 오늘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려는 정직한 실천이 따를 때, 그 말씀이 우리의 삶으로 육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수 교수는 바오로를 연구하는 것은 “1세기 교회가 처했던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바오로가 공동체 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갔는지, 그럼으로써 초기 교회가 어떻게 자리 잡아 갔는지 밝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금의 교회가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신학적 성찰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연수 교수는 바오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분도출판사에서 번역 출판된 요아힘 그닐카의 “바울로”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500쪽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바오로의 서간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방식을 떠나 ‘의로움’, ‘믿음’, ‘구원’ 같은 주제별로 ‘신학자’ 바오로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다.

한충식 목사는 제임스 던의 “바울 신학”과 마커스 보그, 존 도미닉 크로산의 “첫 번째 바울의 복음”이 바오로 신학으로 들어가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두 책 모두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를 첫 교황으로 하여 그 정통성을 이어온 교회라고 하지만, 해마다 6월 29일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로 기념하며 12사도에 속하지 않은 바오로를 베드로와 동급으로 기리고 있다. 그러므로 바오로를 더 잘 알면 가톨릭교회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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