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 노동개악에 노동자 목소리 반영 안돼

“경제 활동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이 성취되도록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목헌장, 64항)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5월 1일, ‘노동자 성 요셉’ 축일이자 노동절을 맞아 "지속적 고용보호가 최우선 경제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4월 25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고용 보호와 산업 재해 방지, 최저임금 문제 해법을 촉구하는 한편, 가톨릭 기업인들을 비롯한 기업 책임자들의 경제, 생태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윤추구와 효율이 아닌 복음과 사회교리를 기업 활동의 규준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먼저 ‘고용 보호’에 대해 정평위는 “경제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생산 비용 절감이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임시방편의 금전적 도움이 아니라, 노동을 통한 존엄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 고용 보호는 편협한 기업 이윤과 모호한 경제적 합리성을 뛰어넘어,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과제”라고 했다.

▲ 2015년 11월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시국기도회 뒤,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는 모습 ⓒ정현진 기자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김유정 신부는 이번 담화문에 따른 교회 입장에 비춰, “이전의 노동법 개혁 논의는 노동자 입장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20대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교회가 “불안한 고용, 위험한 작업장, 낮은 임금의 현실”을 우려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노동 개혁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동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노동개혁법 추진이다.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논란이 큰 기간제 노동법안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파견 근로자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은 정부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이지만, 노동계에서는 불법이었던 일반 해고를 쉽게 하고, 취업 규칙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꾸며, 노동시간 연장을 가져오는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의 노동법 개혁은 안정되고 안전한 일자리와 실질적인 생활을 위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셈이다.

또 정평위는 한 해에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가 약 1000명에 이르고, 2015년 기준, 약 12퍼센트의 노동자가 최저 임금 이하 임금을 받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노동을 소명으로 인식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국가 그리고 온 국민이 해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태 20,1-16)를 들며, 특히 가톨릭 기업인이 경제적, 생태적 책임과 인간의 선익을 추구할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일꾼과 오후 늦게 일하러 온 일꾼에게 같은 1데나리온을 차별 없이 지급했다는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누구에게나 기본 생존을 위해 1데나리온이 필요하며, 이는 오늘날 ‘기본 소득’, ‘최저 임금’의 성경적 근거로 이해되고 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가톨릭 기업인들에게 “더불어 사는 경제활동”의 중요성과 함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파괴되는 ‘지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당부했다.

또 많은 노동자와 해고자, 산업 재해 희생자들과 그 가족, 일자리를 찾는 이들의 외침이 우리의 외침이 되고, 우리의 위선과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 빠지는 무관심의 장벽을 함께 무너뜨리는 것(“자비의 얼굴”, 15항)이 자비의 특별 희년에 우리가 해야 할 자비의 행동일 것이라며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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