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언제부터인가 고공 위 하늘은
새와 나비가 아닌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하늘 위로 올라갔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재능교육 노동자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차광호 스타케미칼 노동자와
강병재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차광호 씨는 400일을 훌쩍 넘어서야 농성을 풀고 땅을 밟았습니다.
생탁과 택시노동자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늘 위로 올라 까치집을 지었습니다.
‘남일당’으로 상징되는 용산참사 이후
부산 만덕 5지구 대추나무골의 한 주민이
자신의 집 위로 철탑을 세우고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는 철탑 위에서 “사람의 주거권은 생존권이며 인권”이라고 절규합니다.
지금은 비록 폐허로 변했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았던
아름다운 만덕 주민공동체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철탑 아래 현장에는 이윤을 앞세우는 LH공사를 규탄하는 깃발들이 펄럭입니다.
숱한 깃발들 속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내 집에서 살겠다”라는 깃발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내 집에서 살겠다’라는 상식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청도와 밀양 그리고 강정에서 보고 겪은 터라
다시 만덕 5지구에서 개발과 성장이라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
쫓겨나는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온 땅을 적시는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1600세대가 밀려나고 몇 남지 않은 대추나무골에 서서
‘주거권선언’ 제1조를 큰 소리로 낭독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던 땅이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을 때까지 살 권리가 있다. 누구도 강제로 쫓겨날 수 없다.” (주거권선언 제1조)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