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27] 2015 한국 천주교회 통계 분석

이달 초 ‘2015 한국 천주교회 통계’가 발표되었다. 알다시피 이 통계는 2015년 12월 31일 현재의 한국 천주교회 교세를 다루고 있다. 작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뒤라 과연 그분의 방문이 교세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2015년에는 교회가 사회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 없어 다시 예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전체는 못 다루고 주요 항목 몇 가지만 골라 의미를 분석해 보려 한다. 전체 보고서도 첨부하니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란다.

교세 일반

21세기 들어 지난 16년간 한국 천주교회는 그 이전 시기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급격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큰 교세 증가를 경험하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일 년에 10만 명 이상의 새 신자를 얻어 왔는데, 이 정도면 매해 천도교가 두 개, 개신교 군소 교단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10년이면 개신교 큰 교단 하나가 생기는 셈이고. 이처럼 새 신자만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천주교회는 한국 종교 가운데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가장 많은 신자를 얻는 종단이다. 다른 종단, 개신교 교파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 신자 증가율과 지역별 신자 비율
2000년에서 2015년 사이(16년간) 남한 인구는 14.2퍼센트 증가한 데 비해 천주교 신자는 38.9퍼센트 늘어 남한의 인구 성장 규모보다 2.7배(연평균 14만 847명; 연평균 신자 증가율 2.3퍼센트)나 높은 증가를 기록하였다.

새 영세자 수는 지난 16년간 평균인 14만 847명에 못 미치기 시작했던 2008년(2009년은 김수환 추기경 서거 후 사회 분위기의 영향으로 일시적 반등이 일어나 예외)을 기점으로 계속 낮아져 2015년에는 가장 낮은 11만 6143명을 기록했다.

남한 인구대비 신자 비율(이전까지 ‘복음화율’로 표현)은 10.7퍼센트를 기록하였다. 마산이 6.8퍼센트로 가장 낮았고 서울이 15.0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최저와 최고 간의 격차는 2.2배였다. 지역별로는 영남 지역(대구대교구 제외)이 평균 7.2퍼센트로 가장 낮았고, 강원 지역(춘천, 원주)이 8.4퍼센트로 이보다 조금 높았다. 평균 보다 높은 신자 비율을 기록한 교구는 서울(15.0퍼센트), 제주(11.8퍼센트), 인천(11.4퍼센트), 수원(11.0퍼센트), 대구(10.9퍼센트) 등이었다.

영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불교 인구가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개신교, 천주교 모두 10퍼센트 이하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평균 이상이지만 대구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은 영남 평균 수준일 것이므로 영남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신자비율을 기록하는 곳이라 평가해도 무방하다.

대체로 대도시(광역시) 지역의 신자 비율이 높고,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수도권이 높고 비수도권이 낮다. 개신교가 우리와 비슷하고 불교는 반대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는 도시인의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안에서는 대체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의 신자 비율이 높게, 중하층 지역은 낮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천주교는 도시, 중산층 중심의 종교라 할 수 있다.

▲ 인천교구의 한 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어린이들이 평화의 인사를 하고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2. 연령대별 증가 비율 및 전체 신자 대비 구성 비율
전체 신자에서 각 연령대 신자의 구성 비율(0세에서 100세 이상까지를 5년 단위로 구분해 연령대별 전체 연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해 볼 때 전년 대비 ‘30세 이하 층’에서는 ‘5-9세’(1.6퍼센트), ‘20-24세’(4.2퍼센트), ‘25-29세’(1.8퍼센트)층이 증가하였고, ‘31-50세 층’에서는 ‘35-39세’(4.2퍼센트), ‘45-49세’(1.5퍼센트) 층이, 55세 이상부터 100세까지는 전 연령대에서 평균 7.5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다. 중, 노년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셈이다. 그에 따라 이 연령대 신자들의 비중도 높아졌다. 새 영세자 수도 이 연령대가 주도하였다.

만 5세 이하의 신자층이 전체 신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이후 계속 줄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 시점인 2000년 이전부터 저출산 경향이 나타났으니 이 연령대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영세자 전체에서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현상을 저출산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전체 인구에서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할 때 교회 안에서 이 연령대 비중이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연령대의 영세자 비율도 계속 감소해 왔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연령대의 자녀를 둔 신자 부모들이 신앙에 덜 관심을 갖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20대의 ‘2000년 전체 신자 수 대비 구성비’는 18.2퍼센트였다. 2015년에 이 비율은 13.6퍼센트로 감소하였다. 전체 추세는 감소였다. 새 영세자 숫자에서도 ‘20-24세 코호트(cohort)’는 –26.2퍼센트포인트를, ‘25-29세 코호트’는 –36.0퍼센트포인트를 기록하였다. 30대도 영세자 숫자가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는 20-30대의 종교 무관심 현상이 현실로 드러난 징후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60세 이상 신자 수 비중은 2000년 12.3퍼센트에서 2014년 24.4퍼센트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이 연령대만 유일하게 1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다.(2014년 23.1퍼센트, 2015년 24.4퍼센트)

작년에 이어 청년층의 종교에 대한 낮은 관심, 부모 세대의 자녀 세대에 대한 신앙 전수 의지 약화, 고령자들의 장수 경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자 고령화는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의 경우 훨씬 더 두드러진다. 노년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교회에 없거나 적은 것은 문제다. 주일학교 참석자 수도 작년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고 이 추세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3. 신원별 교세
지난 16년간 ‘신원별 교세’ 추이를 살펴보면, 교구 사제가 다른 신원들을 능가하여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64.7퍼센트) 같은 기간 신자는 38.9퍼센트, 남자 수도자는 26.9퍼센트, 여자수도자는 16.03퍼센트 성장하였다.

사제 숫자의 증가로 ‘사제 1인당 평균 신자 수’는 2000년 1318명에서 2015년 1111명으로 줄었다.

대신학교 학생 수는 2014년에 2000년 대비 –10.1퍼센트를 기록해 유일하게 감소를 기록하다, 2015년에 2.4퍼센트로 소폭 상승하였다. 그러나 대신학교 입학생 수와 같은 선행 지표를 기준으로 하면 지속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녀 수도회 모두 ‘수도자 수 증가율’이 신자 증가율에 못 미쳤다. 특히 여자수도회는 16년간 성장세를 이어 왔으나, 2013년부터 절대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어 수녀 총수는 정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성소자를 받은 햇수가 제법 되었으니 수녀 총수의 정점은 이미 2010년 이전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수련자 수 추이도 큰 추세는 감소세였기 때문에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남자 수도회는 교구 사제보다 성장세가 더뎌 거의 횡보 양상에 가까웠다. 총수도 아직 정점에 이르진 않았다. 그러나 추이로 보면 교구 사제보다는 먼저 총수에서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4. 성사 사목
일곱 성사 가운데 신품성사(새 수품 사제 수로 대신), 병자성사(고령 인구 증가에 연동되기 때문에)를 제외한 다섯 성사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영세는 큰 추세에서 하락(2010년부터 16년 평균 비율 이하로 하락), 견진도 역시 큰 추세에서 하락(2011년부터 16년 평균 비율 이하로 하락), 미사도 큰 추세에서 하락(2011년부터 16년 평균 비율 이하로 하락), 혼인 성사도 큰 추세에서 하락(2010년부터 16년 평균 이하로 하락) 경향을 보였다. 판공성사는 큰 추세에서 하락세였는데. 2015년에 성탄 판공은 늘고, 부활 판공은 감소하였다. 판공성사가 횡보 양상이긴 했지만 성사 전체적으로는 하락세였다. 신자들의 신앙 투신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징후라 하겠다. 이제까지의 추세를 따르면 앞으로도 이 경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5. 2015년 통계의 의미

1) 계속되는 영세자 감소
새 영세자 숫자는 10년째 감소하였다. 2015년 예비신자 숫자를 기준으로 할 때 내년에도 감소가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근 30년 만에 처음 1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큰 추세에서 새 영세자 숫자가 줄고 있음에도 이웃 종교들의 교세 정체 내지 감소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그래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새 영세자 수 감소는 주로 30대 이하에서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고령화가 촉진되었고 반대로 청소년, 청년들의 규모는 감소하였다. 교회에 남아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청소년층이 주일학교를 계속 이탈하고 있어 교회의 활력은 더 떨어지는 중이다. 늙어 가는 교회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청년 사목이 근본적으로 새로워져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작년 분석 보고서에서 “현재 추이로 보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매주 80만-100만 명은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때의 신자들은 55세 이상이고, 성사 준수에는 열심이나, 사회 문제에 대하여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970-80년대에 교회가 활발히 보여 주었던 대사회적 활동이나 성장기에서 보여 주는 활력은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는데, 올해 통계를 보면 이러한 예측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2) 종교적 투신도의 약화
미사 참석률이 작년과 같은 비율을 유지했지만 큰 추세에서 감소세에 있어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 판단된다. 고해성사 역시 멈춤세지만 역시 큰 추세에서는 감소로 보아야 한다. 성사 생활 전반에서 감소세가 작년에 이어 계속되었기에 신자들의 신앙 투신은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0-4’세의 영세자 숫자, 전체 연령대 안에서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점, 주일학교 이탈이 커지는 점 등도 부모들의 신앙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교회의 활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3) 성소 감소
여자수도회의 성소는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에 따라 사도직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수도회는 안정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면서 서구 수도회들이 30-40년 전에 겪었던 모습들을 보여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하나가 수도회 운영을 ‘유지 관리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임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정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구사제 성소는 대신학교 학생 숫자 추이, 새 수품자 수 추이 모두에서 작년 보다 근소하게 늘어 희망적이지만 선행지표를 보면 이 현상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 성소 감소 역시 큰 추세에서 감소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위기 징후들이 깊어지는데, 매년 10만 명이 넘는 새 영세자 수 덕에 경각심이 덜하다. 중요한 점은 새 영세자 수가 늘어도 신자들의 신앙 투신은 갈수록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신자가 느는 것은 다른 종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성과이고 우리 교회만 누리는 호사다. 그런데 이렇게 들어와도 남아 있는 이들은 적다.

매년 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교회 안에서 해결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교회는 늙고 있고 그만큼 청소년, 청년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교회 전체적으로 나타난 활력 감소는 성소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제들은 젊은데 신자들은 늙은 상황이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2015년 교세통계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돼 온 이러한 흐름이 더 깊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대로 가는 것은 교회를 위해서도,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구 경계를 넘어 한국 교회 전체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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