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수녀회 70주년 기념 시작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4월 11일 신학자, 수도사제, 선교사를 초대해 설립자 방유룡 신부의 '무아 영성'을 다시 살펴보고, 수녀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방유룡 신부의 호 '무아'(無我)는 나는 작아지고 하느님은 커져야 한다(요한 3,29-30 참조)는 뜻에서 딴 것으로 자아는 줄어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아시아 선교에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선교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발표자들과 참석자들의 토론은, 수녀회가 참석자들에게서 글로 받은 질문에 대해 발표자들이 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 4월 11일 방유룡 신부 영성에 관한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한 기자

세계에 나아가기 전에 한국에서부터 무아 영성이 퍼져 나가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에 대해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방 신부가 독창적 영성을 개발해 자신의 특징으로 남겨야겠다는 의도를 가졌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인들은 예수님과 일치하려고 했지 자기 고유의 영성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선교지에서는 그들이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도와주고, 물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선교사로 활동했던 김병수 신부(한국외방선교회)는 "무아적 선교가 일상화되는 것 자체가 순교이며, 선교지에서는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순교"라고 말했다. 이날 김 신부는 방유룡 신부의 사상을 선교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발표했다.

이 심포지엄은 '무아 영성, 세상 한가운데로'를 주제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과 평신도, 수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에 있는 수녀회 총원에서 열렸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방유룡 신부의 영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헌호 신부는 '무아 방유룡 신부 영성과 보편 교회 수도회 영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그동안 한국 교회가 교구, 수도원, 성당, 학교, 병원, 사회사업체 등의 수를 늘리고 유지, 관리하는 데에 큰 힘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면, 이제는 그 질적인 차원에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에 큰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 왔다면, 이젠 그 이후 세대의 삶과 영성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찬 신부(가르멜수도회)는 '내적 평화, 무아 방유룡 신부와 성녀 예수의 데레사'를 주제로 발표하며, 두 사람의 저서를 비교했다. 두 사람 영성의 '고유한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박 신부는 "차이보다는 비슷한 점이 있다"며, 방 신부와 성녀 데레사 모두 평화를 위해 수덕을 우선한다는 점, 인간이 아닌 하느님 중심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방 신부의 영성을 다시 살펴보는 심포지엄을 열면서 설립 70주년 기념 행사를 시작했다. 오는 4월 18일 설립 70주년 기념 미사와 축제를, 25일에 가족 수도회 도보 성지순례 행사를 열 예정이다.

최근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5'에 따르면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회원 수는 5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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