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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사람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우리는 차별과 배제를 넘어 최선의 투표를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동선을 실현하는 길이다. ⓒ장영식

데이비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이란 말은 오역이다. 직역을 하자면 ‘외로운 군중’일 것이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하는 사유의 성격이고, ‘외로움’과 ‘쓸쓸함’은 군중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받는 타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타자가 지옥’이라고 말했던가.

지금 세계는 노동으로부터의 배제, 자본으로부터의 배제가 지배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으로부터의 배제는 현대인의 기본적 삶조차도 뒤흔들고 있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자녀 출산을 생각조차 못하는 형편이다. 일자리로부터 쫓겨난 노동자들은 집과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혹한 인간의 위기 시대를 겪고 있다.

   
ⓒ장영식

도심 속 익명의 사람들은 개별화되어 있다. 공적인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유로부터 도피한 파편화된 개인적 삶에 더 깊이 매몰되어 있다. 시몬 베유가 말했던 ‘위기의 여자’가 아니라 ‘위기의 사람들’인 것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공적인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의 정치가 아무리 진흙탕이라고 할지라도 정치적 담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저항하는 부조리한 삶을 규정하고 묶어 놓는 것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정치적 담론으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될수록 우리의 삶도 소외되고 배제된다. 우리는 헌법을 읽고 따져야 한다. 헌법에 기록되어 있는 국가의 의미를 따져야 하고, 헌법에 기록되어 있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 따져 보아야 한다. 집집마다 법전이 꽂혀 있고, 책장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고 따져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익명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로부터의 도피는 우리를 영원히 익명의 사람으로 만들고 말 족쇄임을 잊지 말고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투표장으로 나가야 한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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