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2년 추모시

▲ 2016년 안산 ⓒ김유철

기억과 망각

시작할 수 없던 통곡
끝낼 수 없는 통곡
한이 되어버린 통곡

그날 안개 속으로 출항한 세월호는 도착하지 않았다
구조선은 일곱 시간이 일흔 번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맹골수도는 스물네 달 동안 검은 뻘물로 가득하다

그 날 아침 배가 사라지자
콘트롤타워는 세월을 찾아 세월 속에서 허둥댔다
검푸른 파도는 아이들을 데려 나가라고 펄쩍 뛰고
귀와 눈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생가슴을 쥐어 뜯었지만
바다 속 생명들의 목소리는 두 번 다시 돌아 오지 않았다
그렁그렁한 눈물 위에 뜨겁고 차가운 눈물만 보태고 쌓을 뿐
기억과 망각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몸부림쳤다

거짓말과 외면과 생색과 변명과 회피와 말도 안 되는 희생양과
“난 모르오”라는 손사래가 넘쳤다
‘세월’이라 부르던 비밀의 배가 검고 푸른 바다에 수장된 후
두 번의 봄이 지나가는 동안
기억으로 나아가는 길과 망각으로 나아가는 길은
맹렬히 나뉘었다

두 번째 봄을 우리는 이렇게 살아서 서서 맞지만
세 번째 봄도 그럴까
네 번째 봄도 그럴까
아니 봄이 다시 올까

부활의 봄은 기억에서 오리니

 

 
 
김유철(스테파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 대표.
한국작가회의 시인.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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