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성 요셉', 귀도 레니.(1575-1642)

요셉 성인 부르면

- 박춘식


숨이 목에 걸릴 때 - 요셉 성인 부르면 천당 간다고 - 작년부터 요셉 성인 부르는 횟수가 급증 - 열 배로 많아 - 어찌 된 일인지 요셉 성인님이 몸소 세상에 내려오신다 - 전투기 - 기관총 - 자살 폭탄 - 미사일 - 바다 배가 뒤집히고 - 묻지마 총질 - 이 나라 저 나라 살피다가 - 어질어질 - 길에 쓰러지셨다 - 구급차로 병원 간다 - 응급실 의사에게 - 나는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요셉인데 - 그 말 듣고 고함친다 - 정신병자다 - 하물하물 주사 놓고 - 정신병원 보내라 -

다시 구급차에 눕는다 - 운전기사 중얼중얼 - 세상 시끄러번데 - 정신병자도 마나지고 - 성한 사람이 우예 살겠노 - 정신병원 독방에 철커덕 – 요셉 성인님이 하룻밤 주무신다 - 새북에 성모님이 오셔서 천당으로 모셔 간다 - 아침 출근 이사가 간밤의 한자 이름이 머꼬 - 요셉이랍니다 - 어디서 왔능고 - 하늘에서 왔다 캅디다 - 머라 카노 크크 - 환자 꼬라지 좀 보자 - 쪼차 오는 간호사 - 새북에 디기 이뿐 부인이 와가 딜꼬 갔답니다 - 요셉이 사라젓다 카먼 뻔하다 – 요셉 성인님이 가시나 옷을 입고 와서 딜꼬 갔을 끼다 - 디진 거 우예 써만 대노 - 천당 갔다고 카문 대지예 - 니 머리 조타 – 사망 진단 종이 퍼떡 가아 온나 -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3월 14일 월요일)


해마다 3월은 성 요셉 성월이고, 3월 19일은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위 졸시를 보신 분에게 엎디어 드리는 당부는, 숨넘어갈 때 즉 ‘이제 내가 죽는구나’ 할 때 요셉 성인님을 꼭 부르시라는 당부입니다. 또 야무지게 죽으려면 “예수님, 성모님, 성 요셉님, 불쌍한 저를 버리지 마소서” 하시면 반드시 구원의 은혜를 받습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시라고 졸시를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2연은 경상도 방언으로 적었는데, 이왕이면 독자님의 기억에 오래 남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적은 것입니다. 우리 조상 순교자들은 평상시에도 밤낮 ‘예수 마리아 요셉’을 자주 불렀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 놀라실 때 “예수 마리아”하고 부르시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 요셉 성월과 사순절을 거룩하게 보내시기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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