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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 읽기 1[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이제 해방신학과 삶의 이야기도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 해방신학이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의 삶의 자리로부터 시작됨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조되어 왔다.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과 성서가 관심을 쏟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의 해방과 구원은 하느님의 가장 중요한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읽고자 하는 것은 해방신학에서 핵심적인 일이다. 이미 앞의 글들에서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읽는 성서, 민중성서 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왔음을 기억하면서 여기서는 민중성서 읽기의 실제적 모습을 언급함으로써 우리의 사역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우선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읽는 성서’의 형성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 1968년, 가난한 사람들의 행진 시위대가 미국 워싱턴의 라파예트 공원과 코네티컷 가를 행진하고 있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성서의 민중적 해석

오래전 브라질의 한 기초공동체에서 발생한 일이다. 기초공동체 안에서 농민들과 함께 성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며칠 뒤에 교실의 한 벽에 “하느님은 사랑이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는 것을 인도자가 발견한다. 인도자가 누가 이 글을 썼는가를 묻자 한 여인이 자신이 썼다고 답변한다.

인도자: 이 글을 왜 쓰셨나요?
여인: 교실 벽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무엇인가로 채워 놓고 싶었어요.
인도자: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글귀를 쓰셨나요?
여인: 아, 그거요. 멋지잖아요. 하느님이 사랑이라는 것이요....

그러자 인도자는 성서 공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서를 펼치고 요한의 첫째 서간 4장 8절의 말씀을 함께 읽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여인에게 성서 구절을 읽도록 요청한다. 여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성서를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성서를 읽은 여인의 반응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자신이 벽에 쓴 글과 똑같은 내용이 성서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된 여인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미 여인의 삶 속에 기록돼 있던 것이다.

여인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인은 온 밤을 새워 성서를 읽었다. 그리고 성서 안에 쓰여 있는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이미 자신의 삶에서 체험하고 있었던 말씀에 밑줄을 그어 나갔다. 그리고 여인은 자신의 삶을 통하여 이미 얼마나 많은 성서 구절을 체험하고 있는가를 발견했다.

이름 없는 이 여인의 경험은 ‘민중성서 읽기: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 읽기’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느님의 말씀이 성서에만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믿는 신자들의 삶 속에 이미 기록되어 있고 경험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성서 읽기는 하느님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여정과 투쟁 안에 현존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읽는 성서’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가난한 삶의 현장에서 발견하고 경험하는 하느님의 말씀과 현존으로부터 출발하는 성서 읽기다. 이러한 전제를 가지고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 읽기에 들어가 보자.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 읽기의 간략한 역사

1. 성서 읽기에 대한 관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신학적 발전이 성서 읽기를 촉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첫째, 유럽에서 시작된 새로운 성서 주석 방법론은 성서 공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둘째, 가톨릭교회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이후에 발표된 공식적 교황 문서들은 가톨릭 성서 학자들로 하여금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서 주석과 해석을 하도록 장려하였다.

셋째, 라틴어를 넘어서 각 민족 언어로 진행된 예배는 민중으로 하여금 성서에 다가서도록 했다. 브라질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에 이러한 발전은 중산층이 성서를 읽도록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지역 개신교의 성서 읽기, 보급에 대한 열정은 가난한 사람들이 성서를 소유하고 또 읽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성서 읽기는 이 지역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서 읽기는 계시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은 단지 과거에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해서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의 경험이었다.

2. 새로운 공동체 형성

성서 읽기는 나름대로 열매를 맺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도 농촌 지역 안에서 성서 읽기 공동체 형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a. 농민들은 주기적으로 성서 읽기를 위해 모임을 시작했다.
b.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보급되기 시작한 성서는 이러한 주기적 모임을 확산시켰다.
c. 각자의 언어로 진행되는 미사도 성서 읽기와 해석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d. 브라질 농민들은 성서 읽기를 통해 신부들과 주교들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는 용기를 얻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조직과는 다른 보다 더 역동적 신자들의 모임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 성서 읽기는 농민과 가난한 사람이 성서 해석이란 학식이 뛰어난 성서학자들이 하는 독점적인 일이 아니라 오히려 성서학자를 포함하여 성서 읽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공동체적 작업임을 발견하게 했다. 모든 사람이 성서 해석에 참여하며 이해와 해석에 공헌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3. 민중 섬기기

민중 성서 읽기에서 1968년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한 해다. 프랑스의 68운동, 그리고 해방신학의 출현이 그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은 민중성서 읽기에서 기억할 만한 사건이었다.

성서 읽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서에 대한 신실함은 성서에 관한 지식과 지역 공동체의 이익과 관심을 넘어서 민중 전체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고 있음을 발견하도록 했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은 사람이 성서 읽기를 통해 지역적 이해 관계를 넘어서 민중 전체를 향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성서 읽기의 질적 변화를 의미했다.

a. 가난한 사람을 완벽하게 소외시키는 현재의 사회문화경제 구조.
b. 1964년 브라질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 군사 독재정권이, 기초 공동체를 통해 정의를 요구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탄압.
c. 군사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브라질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기초공동체를 비롯한 민중 운동에 중요한 지원세력이 되었고 따라서 민중 운동은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d. 보고-성찰하고-행동한다는 ‘가톨릭행동’(Cathoic Action)의 전형적 신학 방법론은 ‘민중성서 읽기’가 지키고 있던 성서 읽기의 방법론과 상당히 비슷하며 ‘하느님은 오늘도 말씀 하신다.’는 명제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e. 메데인에서 개최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대하여 현장의 사회경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출발하는 라틴아메리카적 반응이었다.
f. 가톨릭교회의 암묵적 방관 아래 지금까지 자행되었던 토착민, 흑인 살해와 토착문화 말살에 대한 각성.
g. 에큐메니컬 차원에서의 가난한 사람과 노동자 농민의 권리 옹호를 위한 “토착민 인권보호를 위한 단체”, “토지개혁을 위한 단체”,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단체” 등  민중 권익을 위한 단체의 출현.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는 가난한 사람의 성서 읽기의 진행과 발전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요소들은 성서 읽기를 통해 민중이 정의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또 다른 사람들은 정의 투쟁으로부터 성서를 새롭게 읽기 시작했다. 성서 읽기와 투쟁의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성서에 대하여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책을 구입하여 읽을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성서 읽기와 해석에서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성서 자체와 억압받는 민중으로서 자신들의 고난의 삶의 현장 경험,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신앙의 삶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성서의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a)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유사한 억압과 탄압의 이야기
b) 정의와 연대 그리고 인간적인 삶을 위한 투쟁과 해방 이야기

이 시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서는 자신들이 직접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의 상징으로 간주됐다. “과거에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셨던 하느님이 오늘도 우리의 해방과 구원의 사역을 위해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는 우리의 외침을 들으시는 하느님이시다. 성서는 해방의식의 원천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마도 성서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일치는 민중성서 읽기가 우리들에게 준 가장 소중한 유산일 것이다.

이러한 가난한 사람의 해방을 위한 성서 읽기를 통해 해방신학은 성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성서는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에게 낯선 책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의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비로소 외친다. “성서는 우리를 위하여 기록되었다.”(1코린 10,11) 이제 성서는 단순하게 해석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제 가난한 사람은 성서의 도움으로 그들의 삶을 살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민중성서 읽기: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읽는 성서”는 전에는 멀리 있던 성서를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접근할 엄두도 못 냈던 책을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하느님 자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가게 만든 것은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성서 읽기”의 가장 중요한 공헌이라고 볼 수 있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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