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성모병원 조합원 황정옥 씨

▲ 황정옥 골롬바 씨

인천성모병원 노조 간부 가운데 한 사람인 황정옥(52세, 골롬바)씨를 만나보았다. 황정옥 씨는 영양과에서 일하다가 식당운영이 CJ로 넘어가면서 총무팀 주차관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1992년에 인천성모병원(당시 부평 성모자애병원) 영양과에 입사하였고, 지난 2005년 영양과 직원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다가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복직되었다. 그가 복직되는 과정에서 4개월 여에 걸친 '투쟁'이 있었고, 그만큼 상처도 많았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신자로서 성모병원이 자리잡고 있는 부평2동성당에 다녔지만, 2005년 이후에 "지금은 휴가중"이라고 했다. 성당 출입을 쉬고 있다는 말인데,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아픔을 토로했다.

"죄를 지으면 고해성사를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고해성사를 보면 뭐해요. 성사 보고 나와서 다시 병원 가면 화가 치밀어 죽을 지경인데..."

2005년 복직투쟁을 하면서 성모병원의 담당 신부나 수녀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은 까닭이라고 했다. 현재 노동조합을 온전히 인정하기 힘들어 하는 병원측의 태도는 그에게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시시비비를 떠나서 예전에 그렇게 존경하고 따랐던 이들로부터 냉소적인 눈빛을 받는 게 괴롭고 가슴아프다는 것이다.

"물론 성직자들을 보고 성당에 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더군요. 나도 싸우지 않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교회가 없는 사람 도와주고 편들어 줘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 같이 여기서 일해야 먹고 사는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내쫓으려고 하니 화가 나지 않겠어요. 맘 편히 기도하고 싶은데... 먹고 산다는 게 뭔지!"

"어릴 때부터 천주교신자로 지내면서 수녀님들을 보면 정말 낮은 자로 살았던 것 같은데, 병원에 와서 보니 가장 높은 데서 낮은 사람들을 억누르는 것 같아요. 우리처럼 약한 자들을 힘들게 하잖아요. 일이 잘 풀려서 노조가 제 자리를 잡으면, 그때는 다시 수녀님들과 신부님들 찾아가서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면 다 풀고 싶어요."

황정옥 씨는 병원에서 신부나 수녀들을 만나더라도 서로 눈을 안 마주친다고 한다. "조합 식구들이 다 좋은 사람들인데 우리한테 '마귀들'이라고 말하거든요. 다니던 부평2동 성당 앞을 지나갈 때도 그저 바라만보고 아파하며 지나갈 뿐 안에 들어가질 못하겠어요. 어쩜 좋죠. 그런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져요. 나도 한 때는 신자였는데..."

"저도 병원이 잘 되는 것을 원해요. 그런데 왜 병원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운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간호사들이 병동을 돌며 전단지를 돌리면 관리자들이 개 끌듯이 끌고 나가버려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죠. 살맛나는 직장이 되어야 하는데..."

책임있는 사제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저희들끼리는 이런 얘기도 해요. 신부님들은 뒤에 앉아서 CCTV를 통해 다 보면서 앞에 안 나선다고요. 신부님들이 당당하면 뒤에서 다른 사람들 시키지 말고 직접 나서서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하고 반문한다.

2005년 인천교구에서 병원을 인수한 뒤로 지난 백 여 차례에 걸친 교섭과정에서 병원장 신부가 한번도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 이해가 안 돼요. 평직원들끼리 으르릉대게 하지만, 본인들이 직접 나선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적어도 품위는 지켜야 하니까.."

황정옥 씨 말로는, 예전에는 병원에서 의사들과 신부, 수녀들이 친절하고 다정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조리하고 있으면 와서 "오늘 국맛이 좀 그렇네!"하며 웃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합 문제 때문인지 병원 분위기가 썰렁하다고 한다. 황정옥 씨는 "신부님들이 왜 조합이 없어야 하는지 정확히 말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가 2005년 해고되었다가 다시 영양과로 복직해서 보니, 영양과 직원이 반은 정규직이고 반은 한일(주) 용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에 영양과가 CJ로 넘어가면서 황정옥 씨처럼 정규직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옮겨졌지만, 당연히 고용승계를 기대했던 용역직원들은 계약파기되어 병원일을 다 그만 두어야 했다. 병원측과 CJ가 계약하면서 용역직원들을 고용승계 없이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황정옥 씨는 그 후로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때 병원을 나가야 했던 용역직원들은 병원이 몰인정하다고 엄청 욕을 했다고 한다. "나도 해 봐서 아는데, 엄마들 물일하고 힘들어 하는 것 다 아는데... 그 심정을 알기 때문엔 병원이 그 사람들을 안고 갔으면 했지만, 비용절감을 이유로 그러지 않더라고요."

▲ 지난 20일 인천성모병원 지부 투쟁선포식이 있던 날 병원 정문을 관리자들이 가로막고 서 있다.

모성보호 가톨릭 병원에서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뷰를 했던 날은 한 주일에 한 차례 의례적으로 있는 교섭일이었다. 황정욱 씨를 포함한 노조간부들이 바라는 것은 '제대로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병원측에선 전면개정된 내용의 단협안을 내놓고 노조측에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노조활동을 축소하라는 요구다. 노조원이 50인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미 전임자도 없어졌다. 그리고 조합에서 유인물을 배포할 때는 병원측의 허락을 받고, 병원과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조활동의 자율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본래 임금체계를 변화시킬 때에는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하는데 그 '합의'를 '협의'사항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황정옥 씨는 "병원에서는 노조가 사라진 대전성모병원처럼 연봉제로 바꾸려고 하는지도 몰라요. 연봉제로 하면 직원들이 잘 안 모이게 되고 관리하기가 편하잖아요." 그리고 비정규직 채용시에도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데 그걸 삭제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한편 모성보호 관련한 사항은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병원 직원들의 80%가 간호사고 여성들인데, 3교대 근무로 몸들이 다 좋질 않아요. 임산부의 유산율도 간호사들이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죠. 기존에 성모병원 직원이 임신 16주 이전에 유산하면 10일 휴가를 주고, 16주 이상이 지나서 유산하면 출산한 경우와 똑같이 3개월 휴가를 받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걸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대로 16주 이내에 유산하면 아예 휴가를 주지 않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예요. 그런데 대부분 엄마들이 16주 이내에 유산이 많이 되거든요. 그러니 교회에서 노상 '생명보호' 뭐라고 말하면서 이래서는 안 되는 거죠."

황정옥 씨는 "제발, 같은 직장 안에서 직원들이 서로 얼굴 붉히고 멱살 잡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성모병원이 노사 간에 예전처럼 신앙 안에서 서로 안아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적어도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신앙의 위기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그의 탄식같은 음성 속에서 배어 나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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