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 대표, 피터 칼랑

제19회 지학순정의평화상에 말레이시아 '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SAVE Rivers)가 뽑혔다.

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는 댐 건설에 반대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상을 받기 위해 네트워크의 대표 피터 칼랑이 한국을 찾았다.

시상식을 앞두고 3월 1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터 칼랑은 댐 건설로 어떤 피해가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지 들려줬다.

▲ 올해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의 대표 피터 칼랑(왼쪽)과 주민 활동가 도미니크. 도미니크는 1년 넘게 바람 강 댐 건설 진입로에서 농성을 벌였다. ⓒ배선영 기자

사라왁 주는 보르네오 섬 북부에 있으며, 동말레이시아에 속한다. 수십만 종의 생명이 살고 있는 이곳은 아직도 어떤 생명이 살고 있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다.

사라왁 주정부는 2030년까지 수력발전용 대규모 댐을 12개에서 최대 52개까지 건설하려고 한다. 이미 3개는 완공돼 가동 중이며, 8개를 더 짓고 있다.

바탕 아이, 바쿤, 무룸 수력발전 댐이 완공되면서 3만여 명의 선주민이 이주해야 했다. 대부분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던 이들은 이주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곤층이 됐다. 또 소수민족이 공동체를 형성해 살고 있다 흩어지면서 언어, 문화, 전통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

그래서 피터 칼랑은, 댐 건설이 수십만 헥타르의 숲과 경작 가능한 토지, 다양한 생물이 파괴되는 환경문제일 뿐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는 2011년에 만들어졌으며,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있는 주민들과 연대해 투쟁하고 있다. 피터 칼랑은 주민을 대상으로 사라왁 토지 법률, 변호사 보조 훈련, 토착민 권리에 대한 유엔 선언, 대형 댐에 대한 대안과 지속 가능한 개발 등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훈련을 진행했다.

댐 건설에는 국제적 대기업과 기관이 투자하고 참여한다. 호주 기업이 댐 설계를 맡았고,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차관을 끌어왔다. 사라왁 강 살리기 네트워크는 항의의 의미로 이들 나라에서도 캠페인을 벌였다.

2013년 10월부터 2년 넘게 바람강 댐 건설을 막기 위해 건설현장 진입로를 봉쇄하고 점거농성을 했고, 결국 지난해 7월 사라왁의 주지사는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사라왁 주정부는 댐 건설로 사라왁 재생가능에너지 지대에 대규모 중공업 단지가 조성되면서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정부패와 관련이 깊다.

주정부는 수력발전용 댐에서 남은 전력을 주변 나라에 팔겠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수요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피터 칼랑은 수익이 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댐을 건설하는 이유는 사라왁 주의 전 수상이자 현재 주지사(행정에 대한 권한은 없으나 상징적 권력이 있다)인 타입 마무드가 사업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타입 마무드는 수많은 기업을 갖고 있는데, 댐 건설에 필요한 원료, 장비, 시설 등이 그가 소유한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5년 국제투명성기구는 바쿤 댐을 부정부패의 상징으로 뽑았다.

피터 칼랑은 2013년에도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연 국제포럼에 초청돼 댐 건설 피해를 알린 적이 있다.

피터 칼랑은 30년 넘게 석유, 천연가스산업 기술직에서 일하다 2006년에 은퇴한 뒤 댐 건설 반대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직장에 있을 때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힘썼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둘째 아들은 필리핀에 있는 수도회에서 사제가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

피터 칼랑은 지학순정의평화상으로 국제적 인정과 지지를 얻어 앞으로 댐 건설 반대운동을 하는 공동체와 주민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제19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은 3월 10일 저녁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열린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인권과 민생 개선을 위해 일하다 고난을 겪은 고 지학순 주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 지난 1997년 제정했으며, 매년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상을 준다.

지난해에는 목화산업에서 벌어진 아동강제노동 현장을 국제적으로 알린 ‘우즈베키스탄 인권연합’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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