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살아가며 기쁜 일 슬픈 일 모두를 경험하지만,
유독 슬픈 일만은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아서 때때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쁜 일도 많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슬픔을 마주했을 때다.

현장으로 사진 취재를 갈 때면 눈이 아플 정도로 주위를 살핀다. 사진에 담을 아름다운 장면이 있는지, 한 순간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사진에 담을 장면은 없는지, 긴장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속의 희망과 절망, 힘겨움 들이 사진기를 통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때로는 냉정하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 때도 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많은 현장들, 힘없는 노동자들은 때론 고통 속에서 눈물 흘리고
극한경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누가 이들을 소외시키고,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 책임 없다 말할 수 없다.
사진기자로써 사실을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진기를 눌러대지만
때로는 사진기를 내던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자 울부짖고 싶은 경우도 많았다.

슬픔을 겪는 이들을 보면서 그 들안의 생명과 희망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아직 찍지 못했다. 위대한 사진가와 나와의 차이점이겠지,,,

코오롱 노조 조합원들이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였다.
사진기속으로 비치는 조합원들의 힘겨워하는 얼굴들, 지금 이 사진을 보면 그들의 힘겨운 얼굴이 눈에 선하다.

나를 포함해 이들이 큰 기쁨에 환히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고난당하는 이들이 기쁨에 겨워 하느님을 노래할 그날,

아마도 이때는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 안에서도 시작되는 순간일 것 같다.

/두현진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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