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단 종교인들 함께 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던 고 황유미 씨의 9주기를 맞아 추모제가 열렸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3대 종단 종교인들도 기도회를 열고,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길 기도하며,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4일 저녁 삼성전자 앞에는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삼성전자 직업병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여전히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일하다 아프거나 죽어가는 현실을 아파했다.

노동건강연대 유성규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지난달 사업장에서 메틸알코올을 다루다 눈이 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들이 삼성 같은 대기업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던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두고 영세한 하청업체를 비판하지만, 실은 공정을 외주화한  대기업과 업체를 방치한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희생자들의 영정에 헌화하고, 명복을 비는 정수용 신부.(앞줄 맨 오른쪽) ⓒ배선영 기자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9년 전에 황유미 씨의 죽음에 대해 삼성과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그 뒤에 희생자들은 없었을 것이라며 침묵할 때 더 많은 피해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가족합창단이 추모의 노래를 불러 아픔을 함께 했으며,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고 황유미 씨의 부모가 황유미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추모제에 앞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기도회를 열었다.

각 종단은 삼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했다. 노사목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강론에서 삼성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중재위원회도 만들어져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마음대로 정하고 마음대로 집행하는 보상은 받을 수 없다며 진심 어린 사과와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종교계의 연대로 큰 힘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공장 작업개선 명령도, 사업주 처벌도 하지 않는 정부에 분노하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원인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 노동자로 병에 걸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제보한 피해자는 223명이며, 이 가운데 76명이 죽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알려졌다. 2007년 6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딸 황유미씨의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2014년이 돼서야 법원에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그 사이 황유미 씨의 이야기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와 유가족, 반올림 등은 2013년 12월부터 문제해결과 재발방지, 보상을 위한 교섭을 시작했고, 2014년 9월부터 조정위원회를 두고 협상을 해 왔다. 2015년 삼성은 반올림과 논의 없이 자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절차를 시작했다. 반올림은 이는 교섭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삼성의 독단적인 보상집행 강행을 비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반올림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150일 넘게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지난 1월 삼성과 피해자 측의 협상이 타결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실상 재발 예방 부분에서만 합의가 됐으며, 사과와 보상 부분은 아직 논의가 시작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월 4일 반올림 측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자체 보상절차에 합의한 피해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은 “아픔을 헤아리는 데 소홀하였다”는 유감 표명에 그쳤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올림은 “가해자인 삼성이 보상기준 마련, 보상대상 심사, 보상액 산정까지 직접 하겠다는 발상이 기막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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