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황토 흙바닥

- 박춘식


만나면 서로 싸우는 거만함이

지나가던 겸손을 후려치며 발길로

목덜미를 짓누른다

황토 흙바닥이

쓰러진 겸손을 보듬어 준다

그리고 허리는 매번 굽히더라도

넘어지는 일은 안 된다고

한라산과 태백산을 맨발에 신겨 준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사순절의 깊은 의미는 겸손에서 출발합니다. 오만한 사람은 사순절의 뜻을 모릅니다. 다 아는 일이지만, 라틴어 humus(흙 평지 땅)에서 나온 말이 겸손(humilitas(L)/humility(E))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주변에 오만한 사람이 너무 많아 어쩌다 겸손한 사람을 만나면 감동합니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겸손은 감동이기 때문입니다. 오만한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겸손을 만나면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우주의 최대 겸손은 예수님이시고, 사람으로서 제일 겸손하신 분은 성모 마리아님이십니다. 교회에서는 부활 대축일을 위하여 사순절을 만들었지만, 사순절의 바탕인 겸손 사랑 희생은 예수님께서 심어 주신 것입니다. 거만함은 사순절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듭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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