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예산 삭감과 모순...정치는 감성이 아니라 정책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홀트일산요양원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들 앞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사진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요양원의 장애아들로 구성된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팀이 노래를 하자 이를 관람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은 것이다.

이날 연주회는 박재용 씨의 지휘로 이뤄졌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자 어린이가 몸을 뒤틀며 독창곡 ‘똑바로 걷고 싶어요’를 부르자 김윤옥 여사가 울기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 합창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가 이어졌는데 울음을 참고 있던 이 대통령마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말았다. 

▲ 지난 19일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홀트일산요양원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우들 앞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 청와대


이 대통령은 공연이 끝나자 “여러분 노래가 가슴 속 영혼에서 나오는 소리같이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며 “위로하러 왔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달 홀트 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이 대통령을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

20일 일제히 ‘이 대통령의 눈물’사진은 신문에 등장했다. <국민일보>가 ‘오히려 위로받은 대통령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1면에 사진을 게재했고,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눈물’이란 제목으로,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 장애아 합창에 눈물’이란 제목으로 같은 사진을 실었다.

<한국일보>는 ‘MB의 눈물… 영혼의 소리에 울었다’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이 대통령의 눈물’ 사건을 보도했다. 방송 3사는 물론 YTN 등도 19일 일제히 뉴스 시간을 통하여 소위 ‘이 대통령의 눈물’ 사건을 보도했다.

우리는 이미 이 대통령의 눈물이나 눈물에 버금가는 사건들을 알고 있다. 2006년 서울시장 퇴임사를 하며 자살한 직원을 거명할 때 그랬다. 2008년 12월 이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새벽에 전격 방문하여 노점상인 박부자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고 껴안으며 그랬다.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대국민 담화를 통하여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면서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며 비교적 감성적인 표현으로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감성정치 말고 제도정치를 바꿔야

감성적 정치, 그렇다. 이 대통령은 감성적 정치에서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한겨레신문> ‘한토마’와 <동아닷컴> ‘동아누리’, 그리고 <조선닷컴> ‘토론방’ 등에 ‘신해철 피소사건, 대통령의 눈물과 속도 etc.’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한은경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의 특색은 그것이 전략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시에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솟구쳐 흘러내리는 형태를 취한다. 이런 눈물은 그 분이 전에 말씀한, '버림받은 사람들을 향한 태생적 관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생적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 분 자신이 '버림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긍정적인 시각이다. 자신이 버림받았던 기억이 버림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향하여 진한 애정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게 눈물만이라면, 일회적 선심이나 이벤트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물이 아니라 정책이다.

‘대통령의 눈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모든 국민의 생각은 아니다. 예상치 않은 눈물임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버림받은 사람들을 향한 태생적 관심’이란 면에서는 꽤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복지정책은 뒷걸음을 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의료비를 지원하던 차상위 계층의 의료비 지원을 중단했다. 4월부터 건강보험에 가입시켰다. 올 한해는 한시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올해가 지나면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더 나은 정책으로 가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아픔쯤으로 여긴다면 과연 감성정치의 극치라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눈물’과는 다른 복지정책 

▲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시설장애인 인권보장과 사회복지사업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곽정숙 의원 홈페이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들어 빈곤층 및 위기계층을 위한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지원 신청, 지원 건수, 상담 건수 모두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경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상담은 전년대비 2배, 긴급복지지원 상담은 전년대비 5.6배 증가하였다. 이는 곧 수요가 그만큼 넘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20일 정부가 낸 올해 복지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관련 예산 등 저소득층 지원예산을 1200억 원 삭감했고,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경상보조 예산으로 애초 2937억 원에서 1093억 원을 감액한 1844억 원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일제히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곽 의원은 “지난달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147만 명에 이르는 등 최근 3년 동안 최대치를 기록했고, 긴급복지 지원도 올해 1월 4200건이 신청되는 등 가장 많은 신청 건수를 보였다”며 “정부와 여당이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정책의 경우, 2009년 장애인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3.6% 늘어났다. 그러나 실질소득의 증가나 생활비의 급등 등을 따져볼 때 실질적으로는 감소했다.

정치는 감성이 아니라 정책이다

‘대통령의 눈물’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감성적인 사람은 아픔을 보면 가슴이 아픈 법이다. 감동을 받으면 눈물을 흘리기 마련이다.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장애인을 보는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는 그들을 사랑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감성이 아니라 정책이다.

아무리 측은한 마음이 넘쳐도 정책적으로 실현되지 못할 사랑의 눈물이라면 공허 그 자체다. 이미 잘려나간 장애인 활동보조인 서비스 예산 508억 원 회복을 위해 그 부자유한 몸으로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을 볼 때 ‘대통령의 눈물’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이번 ‘대통령의 눈물’을 계기로, 참여정부 이후 이제까지 뒷걸음치던 MB정부의 복지정책이 국민들의 바람처럼, 새로운 정책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기사제휴 뉴스앤조이  http://www.newsnjoy.co.kr 김학현/ 안디옥교회목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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