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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해방신학 하기 5: 실천적 접근[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홍인식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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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6  1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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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창조적 작업에 대하여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해방신학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처해 있는 지역의 현실에 대한 매우 철저하고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인식과 성찰을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하여 성서의 빛에 비추어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실천 가능하고 행동에 옮길 만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모색해 본다. 그리고 어떤 대안과 행동이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가장 적절한 것인가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일에 헌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방신학을 사역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창조적 작업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모든 상황 그리고 성서 그리고 신학 자료들을 통하여 새로운 신앙의 모습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오늘의 사회가 주는 많은 도전들에 대한 신앙 그리고 신학적 응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방신학자는 단순한 자료 수집가 혹은 자료 분석가를 넘어서서 하나의 설계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학적 창조성이다. 억압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 지금까지 역사에서 그 사례가 없을 정도의 참혹한 억압의 현실 앞에서 그는 그의 신학적 창조성을 통하여 신학적 그리고 신앙적 응답과 대안들을 창조해 나간다. 그는 창조적으로 역사적 그리스도교 신앙을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억압의 현실 속에서 혁명적 신앙의 모습을 창출해 내고자 한다. 그것은 해방적 신앙의 모습과 행위의 창출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해방신학은 교회로 하여금 역사 안에서 해방의 복음의 사역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은 매우 신학적인 창조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신학이다.

무엇보다도 해방신학의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매우 성서적이며 신앙적이다. 해방신학은 무엇보다도 완성된 신학이 아니다. 해방신학은 행동에서 출발해서 행위의 실천으로 나아가는 신학이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신앙에서 비롯되는 질문을 계속한다. 억압된 현실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의 빛에 비추어지며 거기로부터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행위가 나온다. "행위에서 출발하여 성서를 거쳐 행위로 돌아감"은 해방신학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심적인 특징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은 이론적인 방법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억압의 현실에서 상황의 변화를 위하여 투쟁하는 헌신적인 실천적 행위로 귀결된다. 해방신학은 민중들의 삶의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신학이다. 이에 따라 매우 정치적 성격을 띠는 신학이다. 왜냐하면 억압의 현실을 대항하여 신앙적 그리고 신학적 행위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행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앙이 행위에 그칠 수만은 없다. 그것이 해방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해방신학은 행위의 신학이면서도 그 중심에 심오한 영성적 행위와 깊은 은혜의 세계를 향한 접속과 경험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방신학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영성적인 신학이다. 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를 비롯한 여러 해방신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교제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었다. 그들 모두는 얼마나 영성이 깊은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을 만나면 그들이 하느님과 얼마나 깊은 영성적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구티에레스는 자신의 욥기 강해인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마시련다.”에서 해방신학의 깊은 영성적 측면을 다룬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해방신학은 신학이라는 탈을 쓴 정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해방신학은 교회를 향하고 있다. 해방신학에 대한 비판 중의 하나가 교회에 대한 소홀함이 아닐까? 해방신학이 교회를 파괴한다는 비판은 그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 해방적 사목을 감당하고 있는 사역자들은 교회를 중심하고 교회로부터 출발하여 민중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실로 나아간다. 해방신학은 교회의 의미를 성직체계 혹은 건물의 좁은 개념에서 탈피하여 민중들의 삶의 현장으로 확대시켜 나간다. “민중이 교회다.” 해방적 사목자들은 교회를 통하여 경험하는 신앙의 신비적인 요소들과 또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통하여 형성된 신적 영성으로 민중의 삶의 자리로 내려간다. 그리고 변혁을 향한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의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실천적 접근방법

이제 해방신학의 실천적 방법론에 대하여 보다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해방신학의 실천적 방법론은 한 사람의 신학적 수준(전문가, 사목자 혹은 민중 운동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신학-전문가는 행동을 위한 보다 넓은 시각의 지평선을 보여준다. 신학-사목자는 자신의 사목현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한다. 신학-민중 운동가는 보다 세밀하고 섬세한 의미의 실질적인 행동을 수행한다. 특별히 사목자와 민중운동가의 차원에서는 개인적 행위를 넘어서서 행동을 수행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적 행위가 기본이 된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이제 우리는 해방신학에서 실천적 행위는 어떤 단계를 거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가를 물어 보자. 행동의 원리는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상황에 대한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찰과 분석의 단계가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성찰하는 단계도 있다. 이런 모든 다양한 과정을 전제하면서 우리는 해방신학의 실천적 방법으로서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1. 철저한 상황분석에 이어서 역사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결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와 사회에서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위하여 현상유지를 강력히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되는 저항과 반대를 고려하고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소위 “경건한 의도”라고 하는 단순하고 순진한 유토피아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2. 행동을 수행하고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술과 전략을 정의하는 단계다. 전술과 전략은 우선적으로 비폭력이어야 한다. 그것은 대화, 설득, 도덕적 압박, 평화적 저항과 복음적 혁명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폭력 전술은 복음적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행진, 파업, 시위 등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힘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적으로 해방적 실천에서 무력이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콜롬비아의 카밀로 토레스의 경우나 니카라과의 에르네스토 카르데날 신부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 사용의 경우에도 그의 역사적 배경과 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3. 미시-단기 행동(Micro-action)과 거시-장기 행동(Macro-action) 사이에 연관성이 유지되도록 유의하는 단계다. 이 행동 사이의 연관성은 해방적 사목과 행위가 전체적 그리고 지속적으로 비판적이며 변혁적 방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의 행위를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역사의 변혁을 위한 해방운동의 행위와 협력하고 연관되어 질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해방의 역사는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방신학의 실천적 방법론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연대다.

4. 민중들을 설득하여 직접적 투쟁과 실천적 투쟁에 나서게 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실제적 단계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보다 실행이다. 성찰을 넘어서서 이제는 삶으로 행동을 보여주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분석적 이성의 힘이 아니다. 오히려 민중 속에서 나타나는 민중의 지혜와 경험이다. 해방신학은 이 같은 실천의 단계에서 민중이 가난의 현실 속에서 경험해야 했고 그들의 온 삶을 다해 살아오며 체험했던 삶의 지혜를 준거의 틀로 삼는다.

해방신학의 방법론의 실제적 적용의 예

우리는 지금까지 해방신학의 방법론의 3 단계에 대하여 설명해 왔다. 이제 이 방법론을 적용하는 실제적인 예를 들음으로써 해방신학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이 예는 레오나르두 보프의 저서 “해방신학의 방법론”에 기술되어 있는 것을 요약한 것이다). 이 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던 토지와 관련되어 있다.

전 단계: 참여
해방적 사목자는 지역의 농민들의 기초공동체에 참여한다. 농민조합원들과 함께 토지개혁을 위한 투쟁에 직접 참여한다.

첫 단계: 사회 분석적 접근(보기)
a) 국가 전체적인 토지 문제를 비롯하여 거주하는 지역의 토지관련 문제를 분석한다.
b) 지역 농민들의 투쟁을 독려한다.
c) 지역농민들이 토지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어떤 식으로 수행하고 있는가를 본다.

둘째 단계(판단하기)

a) 지역의 농민들이 토지문제를 비롯한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그들의 종교와 신앙의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b) 성서는 토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나눈다. 성서는 토지를 하느님의 은혜와 선물, 하느님의 새 땅에 대한 약속, 하느님 나라의 상징 등으로 보고 있음을 살펴 본다.
c) 신학적 전통, 특히 교부들의 전통에서 출발하여 토지의 문제를 살펴본다. 예를 들자면 교부들은 토지의 공동의 선을 위한 이용 목적을 옹호하였고 토지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거부를 표했다는 사실 등을 살펴 본다.

셋째 단계: 행동
a) 농민운동의 연합과 조직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토지무소유 농민들을 조직한다. 초창기 모임, 협동조합 형성 등을 시작으로 조직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b) 농민들이 주체가 되는 토지개혁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c) 구체적인 투쟁의 행동지침과 내용을 마련하고 관련 단체들과 연대 투쟁을 한다. 토지개혁 투쟁을 하기 앞서 토지 분배 또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및 부작용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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