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인 활동가 권순욱 씨

지난 해 11월 11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권순욱 씨(29)가 4월 22일 인천지방법원 선고공판에서 1년 6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권 씨는 인천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역거부자를 수감하고 있는 인권후진국이다. 지난 2007년 국방부는 사회복무제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했으나, 이명박 출범 후 국민적 공감대를 이유로 돌연 대체복무제 도입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선고공판 직전에 권순욱 씨와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들어보았다.

▲ 신학도에서 장애인 활동가,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된 권순욱 씨
권순욱 씨는 감리교신학대 출신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심하기까지 "평등평화를 지향하는 예수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오늘날 우리에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동안 민들레장애인야학(인천시 임학동 소재)에서 장애인 활동가로 일한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 군대에서는 '신체건강한 남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장애인에게 군에서 복무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군대는 "남성중심적 사고와 권위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적 계급문화를 반영하는 곳"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가 병역거부를 선언한 데는 가족사에 얽힌 배경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에 용산역 앞에서 미군 폭격기가 쏟아부은 폭탄에 맞아서 죽었다. 그 아픔이 후대에 남겨진 셈이다. 따라서 권 씨는 "어떤 전쟁도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아픔과 고통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권순욱 씨는 분단상황에서 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종결되더라도 정치권력은 군대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대는 권력유지를 위해 요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물며 북한조차도 '모병제'이며 대중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북한에선 군인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긴 하지만.

권 씨가 처음 병역거부 입장을 밝혔을 때 부모는 "보통 사람들 처럼 살면 안 되냐?"며 반대했으나, 이젠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신 역시 "부끄럽지 않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권순욱 씨는 인천 도화동에서 자랐으며, 대학에 들어가서는 <노동과 예수>라는 서클에서 활동했는데, 여기서 주로 '역사적 예수'에 관해 공부했다. 처음엔 목회자로 살아갈 마음이었으나, 활동을 하면서 목회보다 사회운동에 동참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학교 다니면서 3년 동안 전도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지만, 본래 아르바이트 겸 선택한 생활이었고, 아동부 전도사로 일하면서 "늘 자신이 가식적으로 사는 것 같아 아이들한테 미안했다"고 말한다. 

▲ 인천 임학동에 있는 민들레장애인야학 복도

그러다 선배의 권유로 <버스를 타자>라는 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후 장애인야학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야학에서 지체장애자인 안명훈 씨를 만났을 때, 그가 비틀린 손과 입으로 아주 작은 종이학을 접어 내어놓는 것을 보고 "항상 그들의 장애를 기능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그들도 각자 고유한 개성이 있고 평범한 동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몸이 좀 다를 뿐 우리와 차이가 없고, 주변에 장애물이 많아서 장애인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장애인일뿐"이라는 것이다.

권 씨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장애인으로 살도록 만든다"고 말하면서 예전엔 눈이 기능을 못해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보았지만, 안경이 생기고 나서 아무도 그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른 장애인들도 사회적 장벽만 없애면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궁극적으로 전쟁이 없어져야 한다"는 소망을 드러내는 권순욱 씨는 "우선 대체복무제부터 성사시켜야 한다"면서, 자신이 "병역거부를 함으로써 그 날을 앞당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권 씨는 "내가 바라는 것은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며, "장애인들과 살면서 내가 배운 것처럼 우리 모두가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생각과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권 씨는 "예전에는 군대 이야기만 들어도 싫어했는데, 요즘은 그것 역시 다양한 경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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