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처럼-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

2월 말의 짧은 봄방학을 마치고 이제 3월이면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된다. 아이도 부모도 누구나 조금씩 기대와 불안을 갖게 마련이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 아이와 예비 학부모만 할까. 엄마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보다 오히려 더 큰 걱정에 싸이는 듯하다. 40분이나 되는 수업 시간 동안 딱딱한 의자에 잘 앉아 있을지, 화장실은 잘 가고 급식은 잘 먹을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공부는 잘 따라갈지....

지난 일 년간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은 이러한 부모들의 심리에 부응해 초등학교 1학년인 한 반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마치 CCTV로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관찰하듯 교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아이들의 모습을 생중계한다.

처음 6개월가량의 프로그램 전반부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한때 텔레비전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육아 예능 프로들처럼 아이들의 천진하고 귀여운 모습을 스케치하는 정도였다. 육아 예능 프로의 애청자들은 육아 전쟁을 실제로 겪고 있는 젊은 부모가 아니라 20-30대 싱글이나 노년층이었던 데 비해 이 프로는 또래 아이와 부모들이 많이 시청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집이 아닌 학교에서의 아이의 생활은 부모들이 볼 수가 없으니까.

▲ 2015년 11월에 방송된 '딱지 회의'의 한 장면.(사진 출처 = EBS1 홈페이지)

옷 걸기, 줄 서기, 수업 듣기, 준비물 챙기기, 당번 활동 등 학교 생활의 모든 게 너무나 어렵고 서툴렀던 아이들은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능숙해진다.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성장’이라고 지칭했지만 그 모습들이 기특한 한편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규칙을 지키고 임무를 완수하는 일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의무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학교라는 제도에다가 자기를 맞추어 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저 아이들이 배우면서 잃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학년 2학기를 시작하며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스케치하는 데서 나아가 갈등, 나눔, 친구, 가족, 고민 등 주제를 정해 아이들의 마음과 관계의 양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본다. 소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박사가 생중계의 해설위원 역할을 하면서 영상에 나타난 아이들의 심리를 읽어 주고, 간명하고 유익한 조언을 들려주며 어른 시청자들이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의 진행자 김성주(왼쪽)와 해설위원 서천석 박사.(사진 출처 = EBS1 홈페이지)

어른들과 다른 아이들만의 발달 단계와 심리는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른들 사이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기본 태도들, 이를 테면 상호 존중, 배려, 공감, 포용, 합의와 같은 태도들을 아이들을 대할 때도 변함 없이 유지한다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 또한 교실이라는 공동체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런 태도들일 테다.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나누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걸 불안해하는 걸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 쏟아진다. “똑똑한 1학년”, “두근두근 1학년을 부탁해”,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아이 1학년 엄마 1학년”, “잠수네 초등 1,2학년 공부법”,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초등 1학년 수학 공부 습관-우리 아이 수학 만점 엄마의 마음에 달렸다” 등등. 이 책들의 성격은 물론 조금씩 다르고 이 책들을 모두 부모의 불안과 욕망이 만들어 낸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어린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 있다.

이 책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궁금한 것은 이러한 책들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황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동체의 정신이 아닌 조직의 규율을 배우며, 학교는 아이들이 실수하고 실패해도 기다려 주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아이들은 더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혼자서 옷을 걸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단체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학교에 다닐 아이가 더 불안하고 걱정되는 이유는 뭘까.

 
 

김유진(가타리나)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동시집 “뽀뽀의 힘”을 냈다. 그전에는 <가톨릭신문> 기자였고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곳에서 아동문학과 신앙의 두 여정이 잘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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