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은 이 시대 예언의 목소리

탈핵의 염원을 담은 순례의 발걸음이 3000킬로미터를 이었다. 

순례단은 2월 17일 오전 대전에서 순례 길 3000킬로미터를 기념하는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탈핵도보순례’는 지난 2013년 6월, 성원기 강원대 교수(토마스 모어)가 부산 고리에서 삼척 핵발전소 건설 반대를 위한 순례를 홀로 나서면서 시작됐으며, 천주교를 비롯한 각 종단, 탈핵 및 환경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결합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순례는 5번째로 그동안 순례단이 거친 지역은 고리, 삼척, 영광 등 핵발전소 지역을 기점으로 해안선과 내륙을 연결하며 시민들을 만나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고, 탈핵 정책을 요구하는 서명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이어진 순례단의 걸음은 약 7500리, 176일의 시간이다.

대전 유성구 원내동 한 공원에서 봉헌된 이날 감사미사에는 순례단을 비롯한 지역시민, 대전교구 신자와 수도자 50여 명이 참여했으며,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조현철 신부(예수회), 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김유정 신부 등 5명의 사제가 공동 집전했다. 

▲ 순례단 감사미사에는 순례에 참여하는 시민과 대전교구 신자, 수도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핵발전소의 위험, 이 외의 어떤 징표는 없다”

“질펀한 삶을 즐기던 죄악의 도시 니네베 사람들은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는 예언자 요나의 외침과 고발을 받아들이고 회심합니다. ‘제 악한 길’,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선 사람들에게 근원적 회개가 일어나고, 상황은 바뀝니다.”

강론을 맡은 조현철 신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뚜렷한 시대의 징표는 ‘핵발전으로 인한 상황들’이며, 이에 따른 가장 긴급한 회개는 “탈핵”, 예언의 요지는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라며, 시대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청했다.

조 신부는 돈으로 지역 주민을 유혹하고 분열시키며, 생업을 잃게 해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은 분명히 “창조질서의 파괴”라면서, “우리 삶의 양식과 가치가 무엇을 따르고 있는가, 지금의 풍요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과연 어떤 삶의 양식이 하느님을 따르는 삶인가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원기 교수는 “탈핵 순례는 신앙고백의 연속이고, 창조질서를 지키는 하느님의 일”이라면서, 우리의 외침은 “핵발전소를 멈추라는 것, 전기생산을 위한 대안은 있다는 것”이며, 특히 후손을 위해 유권자로서 탈핵을 정책으로 삼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미 국토의 70퍼센트가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의 예를 들면서,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오염시켜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 핵발전 사고이며, 그것이 핵발전의 본질이다. 핵발전소가 있는 이상, 일본과 같은 상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핵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정예숙 수녀(성가소비녀회)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근본적으로 핵발전이 창조질서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탈핵을 지지한다”면서, 기장의 해수담수화 문제, 영덕과 삼척의 상황 등 핵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더 많은 사회적 약자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는 현장에 동참하는 것은 정의와 평화의 문제”라면서, “정치적 활동이라고 비난한다면, 핵발전 문제 해결은 정책의 문제이므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정치적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탈핵순례단이 17일 오전, 3000킬로미터 지점인 대전 원내동 한 공원에 도착했다. ⓒ정현진 기자

삼척에서 탈핵운동을 하며, 순례에 동참하고 있는 이옥분 씨(제르트루다)는 점점 시민들의 긍정적 호응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계속 핵발전의 위험을 여러 경로로 알아 가는 시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긍정적 변화도 느끼지만 핵발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도 실감한다면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관련 부처의 홍보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후세대를 위해서 유치원 단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 핵발전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미사와 휴식을 마친 뒤, 또 다시 3001킬로미터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순례의 일정은 3월 1일 광화문 광장에서 마무리된다. 매일 출발 지점은 대전 탄방동 성당(18일), 신탄진 성당(19일), 청주 모충동 성당(20일), 오창 성당(21일), 진천 성당(22일), 광혜원 성당(23일), 용인 백암 성당(24일), 용인 성당(25일), 서호 성당(26일), 군포 성당(27일), 광명 하안 성당(28일), 서울 여의도 성당(29일), 서울 연희동 성당(3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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