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빵을 드립니다", 레지나, 주니어김영사, 2016

정말이지 너무 한다. 그림도 잘 그리고 바느질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데 거기에 영성까지 담긴 책이라니~ 하느님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자꾸만 드는 책이다. 시기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처음 책의 표지만 보았을 때는 표지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이 책은‘읽는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어머!’, ‘와~’라는 감탄을 끊임없이 쏟아 냈다. 색연필로 섬세하게 표현해 낸 밤하늘의 모습, 사막 한가운데 아름답게 빛나는 별의 모습, 그에 대비하여 실루엣으로만 표현된 동방 박사 세 사람의 모습, 각 나라마다 빵을 건네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 등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매끈한 그림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따스함, 포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각 나라의 빵의 모습을 부드러운 양모 펠트와 스팽글. 비즈 장식으로 꾸며 놓은 신선함은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알게 해 주었다. 특히나 11가지의 빵 중에 러시아의 전통 빵인 ‘블린’을 표현해 놓은 부분은 실제 아름다운 접시 위에 올려진 동그란 빵의 모습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 질감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 "왕의 빵을 드립니다", 레지나 글, 그림, 주니어김영사, 2016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11가지 빵맛이 궁금해졌다. 만들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읽다가 ‘블린을 만들어 볼까요?’라는 부분에서 ‘이 작가 참 센스 있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작가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 속에 소개된 나라 지도에서찾아보기, 각 나라의 전통음식 알아보기, 빵을 나누는 풍습처럼 비슷한 우리나라의 풍습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등 요즘 유행하는 그림책 독후 활동을 하기에 아주 최적화된 책이지 싶다.

 (이미지 제공 = 주니어김영사)
작가의 다른 책인 “바늘땀 세계여행”이란 책을 함께 놓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것 같다. 저마다 특징도 다르고 색도 다른 각 나라의 국기들을 스팽글과 비즈, 색실 바늘땀 등으로 표현한 모습은 빵을 표현한 것만큼 독특하고 색다르다. 이 두 책을 놓고 아이와 함께한다면 맛있고 즐거운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베들레헴’이 ‘빵의 집’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사소한 것으로부터 출발한 호기심이 참으로 멋진 책을 만들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생(生)을 위한 먹을 거리가 아니라 ‘나누어’ 먹는, 그로써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도구’라는 생각이 책의 마지막 부분, “자,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 이젠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우리도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달콤한 빵이 되자고!”에 응축되어 담겨 있는 듯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항상 미사의 마지막에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복음이 결국 우리 생명의 빵이니 말이다.

작가는 종교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그 어느 하나도 하느님을 향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47쪽에 나오는 “우리 마을 베들레헴은 ‘빵의 집’이라는 뜻이에요, 우리의 아기 왕은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잊게 할 빵과 같은 양식이 되어 주실 거예요! 베들레헴에는 항상 빵과 음식이 넘치게 많을 거고요.” 이 부분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 주고 있다. (이 페이지의 배경 그림 역시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이 세상 곳곳을 밝혀 주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내용과 함께 그 기대감을 더욱 높여 주는 듯하다)

오늘 참으로 멋진 책, 멋진 작가를 만났다.

 (이미지 제공 = 주니어김영사)

 
장선희(소화 데레사)
한때 고등학생을 가르치며 나름 괜찮은 선생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나 막상 내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어려운 두 딸의 엄마. 하지만 언제나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감사하며 살고 있는 괜찮은 여자. 어린이 그림책 “엄마 내가 할래요”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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