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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해방신학하기 4: 성경과 가난한 사람들[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홍인식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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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5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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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파괴된 하느님의 형상

이제 해방신학의 두 번째 관점인 성서의 측면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성서적 관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성서의 중심사상, 다시 말하면 최초의 이야기이며 마지막 귀결점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찍이 서인석 교수는 성경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 주목했던 바 있다. 그는 그의 저서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1979, 분도출판사)에서 율법과 예언서 그리고 현자와 시인들의 성문서 문학을 통하여 "가난한 자들의 권리"와 “가난한 자들의 외침”과 “가난한 자들의 기쁨”을 본다. 성경은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과 억눌린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가난과 억압의 현장 안에서 성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참여로부터 출발하는 해방신학에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그 주제 설정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해방신학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들 안에서 고귀한 하느님의 형상이 파괴되고 억압돼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그들이 처해 있는 가난과 억압의 삶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 하지 않은 채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어 간다. 해방신학에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히 가난하고 억압받고 있는 초라한, 따라서 구원과 해방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역사의 주체자 됨을 넘어서서 그들은 복음 선포자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부름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되기도 한다.(푸에블라 문서, 1147) 그러므로 가난에 대한 이해는 사회, 정치, 경제적 분석과 더불어 성경적 관점을 향하게 된다. 성경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해방신학으로 하여금 가난을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해방신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대두된다. 그렇다면 성경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사회, 정치적 분석의 뒤를 이은 이 같은 질문은 해방신학에서 가난 이해에 중요한 두 번째 단계다. 그것은 가난에 대한 성경적 그리고 신학적 형성을 위한 해석학적 질문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 해방신학은 비로소 억압/해방의 과정을 ‘믿음의 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가난과 해방의 주제를 성서의 빛에 비추어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다. 이 단계에서 해방신학자는 그가 파악하고 있는 모든 가난과 억압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과 또 희망의 주제들을 가지고 성서 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성서 앞에서 하느님의 메시지를 기대한다. 다시 말하면 이 단계에서 해방신학은 성서를 다시 읽고자 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현실, 가난과 억압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성서를 다시 읽고자 시도한다. 해방의 해석학을 통해서 말이다. 어쩌면 성서 다시 읽기와 해방의 해석학은 어느 것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다양한 성서. ⓒ강한

가난한 사람들의 성서 읽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실로부터 성서를 다시 읽고자 하는 해방신학의 시도는 유일하고 그리고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읽기는 아닐지라도 현재 암울하고 참혹한 가난의 현실에서 하루하루의 힘겨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방적 성서 다시 읽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성서 다시 읽기를 통해 성서의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며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변호자이시며 노예됨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하는 해방자이심을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해 주는 예언자이심을 다시금 발견한다. 물론 해방신학의 해석학이 이러한 주제들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성서의 주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해방신학에 대하여 오해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방신학은 성서를 편파적으로 이해함으로써 해석의 왜곡을 가져와 오직 성서가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만을 말한다는  비판이다. 그렇지 않다. 해방신학은 결코 성서의 주제를 특정한 것으로 한정하여 그것만 성서의 주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해방신학이 강조하는 가난의 해방과 관련된 주제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신학적 주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삶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가장 필요하고 적절하며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적 가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을 넘어서서 ‘진정한 풍요의 삶’(요한 10,10 참조)에 대한 권리를 가진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의 대다수 특히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대다수의 민중이 가난과 억압의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해방신학에서 가장 정당하고 시급하고 적절한 성서적 그리고 신학적 주제로 가난의 해방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이 주창하고 있는 신학적 주제는 지금도 유효하며 시의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아래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와 정착되어 가는 가난과 부의 세습 구조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해방신학의 가난의 현실에서 다시 읽는 성서 읽기는 지극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방신학은 가난의 문제를 현실의 상황과 더불어 신앙적 주제, 다시 말하자면 회개, 은혜, 부활과 같은 초월적 차원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해방신학의 해석학은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넘어서서 가난에 대한 신적 차원의 답변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쪽에서의 해방신학이 성서적 혹은 신앙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사회, 정치, 경제적 측면으로만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비판은 정당하지 않다. 해방신학은 온전히 성서적이며 교회적 차원에서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따라서 가난에서의 해방은 현실적이며 동시에 초월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방신학은 하나의 신학으로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신앙 안에서, 다시 말하자면 하느님의 늘 새롭고 놀라운 계시를 향하여 개방적 태도를 가지고 찾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계시는 어떤 경우에는 신학이 갖고 있는 질문 자체에 대해 도전하기도 하며 질문자에 대해서도 회개를 향한 부름을 그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서 가난의 해방에 대한 과제는 늘 계시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해석학적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즉 가난의 주제와 하느님의 계시는 서로에게 성찰을 요구하는 구조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복음과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구체적인 인간 생활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복음화는 완전할 수 없습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29항) 물론 이러한 해방과 계시로서의 하느님의 말씀 사이에 존재하는 변증론적 관계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말씀이다.

해방적 성서 읽기의 특징들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출발하여 해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서 읽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설명보다는 실행의 순간을 우선시 한다. 해방의 해석학의 성서 읽기는 성서를 흥미로운 역사책이 아니라 생명의 책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성서의 의미를 오늘의 상황에서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해방신학은 성서에 대한 단순한 해석 작업을 넘어서서 살아 있는 말씀으로서 오늘의 생명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의 의미를 오늘의 실제적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그것을 생명으로 살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성서 읽기에 있어서 두 번째 특성으로 연결된다.
2) 성서 텍스트 자체가 갖고 있는 변혁적 에너지를 발견하고 회복하려고 한다. 그것은 결론적으로 한 개인의 변화(회개)와 한 사회의 변혁(혁명)을 가져오도록 함에 성서 읽기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읽기는 반드시 이데올로기적 전제를 요구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성서적 메시지의 사회적 상황을 강조한다. 각각의 성서 본문 읽기를 본문의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출발시킴으로써 문자를 넘어서는 오늘 우리의 사회적 상황에서 살아 있는 읽기를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해방의 해석학은 (절대화를 피하면서) 예수가 경험했던 억압의 사회적 상황과 그의 십자가의 죽음에서 보인 정치적 상황을 강조한다. 이렇게 성서를 읽기 시작할 때 우리는 예수가 겪었던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 오늘의 라틴아메리카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따라서 성서의 메시지는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이 모든 성서의 책을 하느님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에도 해방의 해석학을 전개하기 위하여 선호하는 성서의 책들과 본문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해방신학이 선호하는 성서의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탈출기 2. 예언서 3. 복음서 4. 사도행전 5. 요한 묵시록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해방신학은 사회 분석적 도구, 성서 해석학적 도구 그리고 실천적 도구라는 세 가지 도구의 역동적 연계 속에서 가난의 현실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실천적 도구를 통하여 해방신학이 어떻게 가난의 문제를 접하고 있는가이다. 다음에는 마지막 실천적 도구를 통해 해방신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해방의 실천에 있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실질적 도구를 갖게 만들 것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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