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신앙교육부' 신설

서울대교구가 발달장애인 전담 사목을 시작한다.

서울대교구는 청소년국 초등부 내 부서였던 ‘장애아부 주일학교’를 독립시켜 ‘장애인 신앙교육부’를 신설하고, 초등부에서 중장년까지의 발달장애인을 전담 사목하기로 했다.

그동안 발달장애인 사목은 사회사목국에서 담당하다가 2001년부터 청소년국 초등부에서 담당해 왔다. 현재 장애인 전담 사목부서를 둔 경우는 수원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 정도이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립 부서가 설립된 것은 서울대교구가 처음이다.

이번 ‘장애인 신앙교육부’ 설립은 부모들의 오랜 청원과 손진석 신부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대방동 발달장애인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최경혜 씨(막달레나, 대림3동 본당)는 10여 년 전부터 장애인 전담 부서가 분리, 신설되기를 바랐던 만큼, 지금이라도 이뤄져 정말 기쁘다며, “특히 발달장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준 손진석 신부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월 중 정식 발령을 기다리며 사목 준비를 하고 있는 손진석 신부는, “나 자신조차도 초등부에 오기 전까지는 장애아부가 있는 것을 몰랐다”면서, “지금까지 뜻을 가지고 장애인 사목에 봉사해 온 이들, 부모님들의 요청이 계기가 됐다. 배우고 고민하면서 청했고, 정식 부서로 승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2015년 3월 8일 서울대교구 대방동 성당에서 발달장애아와 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시작됐다. ⓒ정현진 기자

봉사자와 교사 양성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과제

2015년까지 서울지역 발달장애인 주일학교는 12곳, 교사연수를 함께 받는 의정부교구 대화동 본당과 자체 미사를 진행하는 대방동 본당을 포함하면 14곳이다. 하지만 현재 봉사자와 교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본당이 있어, 그 수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손진석 신부는, 사목을 시작하면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봉사자와 교사를 모으고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봉사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인 사목이라고 강조했다.

손 신부가 해야 할 일로 꼽은 것은 봉사자 양성과 교재 개발, 각 본당에서 발달장애인 주일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필요성을 알리는 것 그리고 부모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교재는, 장애의 정도나 상황이 모두 다르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안은 하나이기 때문에, 단계별로 세부적 교안과 교재를 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각 지구별 장애인 주일학교 거점 본당 마련할 것.... 부모 지원도 필요

주일학교는 전체 19개 지구 중 반 이상의 지구에 장애인 주일학교가 없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최소한 각 지구별 거점 본당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 신부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부모들의 어려움이다. 발달장애인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갈 곳이 없다. 더구나 부양의무제로 인해 성인이 된 자녀들을 온전히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몇몇 지원 프로그램만 추가됐을 뿐, 예산을 이유로 근본적 해결책은 담지 못했다.  

손 신부는 봉사자 양성과 부모 지원을 위해 사회복지국과 연계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부모들이 토로하는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정기적 강연이나 기도모임 등을 열고, 각 본당에서 더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운영은 무엇보다 사제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현재 있는 주일학교들이 예산과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교육은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은 별도의 선교회가 맡고 있다. 발달장애인 사목도 별도의 센터를 만들 예정이냐는 물음에 손 신부는, “본당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도우려 하는 마음이 많지만, 신자들조차 함께 미사나 전례를 할 때는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손 신부는, “교리는 따로 받더라도 함께 미사하고 활동함으로써 특히 청소년들에게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발달장애인들의 첫영성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침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교회법은 “(성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12세 정도 정신연령부터 영성체가 가능하다”고 정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사제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손 신부는, 이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복 교육이 이뤄지면 가능하고, 그렇게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행동 발달 상황을 꾸준히 체크하도록 교사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단 서울교구 본당이 아니더라도 주일학교를 만들고자 한다면, 할 수 있을 만큼 지원할 생각이라면서, 교회 안에 발달장애인 사목이 보편화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자들이 각 본당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는 손진석 신부는, 특히 본당에서 장애인 사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후원해줄 것을 함께 당부하면서, “청년들뿐 아니라 본당의 모든 세대가 함께 봉사하는 장이 되기를, 어려운 이들에게 손 내미는 체험이 본당에서 먼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처받은 부모들 돌봐달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예산과 계획 세워야

발달장애아 부모인 최경혜 씨는 ‘장애인 신앙교육부’ 신설 소식에 “기대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상처 입고 힘겨워 하는 부모들을 돌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전담 부서가 생겼으니, 부모들의 모임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면서, “사회에서 이미 상처받은 부모들이 교회 안에서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본당에서 발달장애인을 관심 갖고 볼 수 있도록 사제와 수도자, 신자 교육을 통해 인식 전환에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최 씨는 장애인사목은 특수사목만의 몫이 아니며, 일상의 사목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선 필요한 것은 본당 내 발달장애인 통계다. 통계를 통해 파악된 상황을 근거로 예산과 사목 계획이 마련되어야만 정말 필요한 사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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