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농민회 총회 열어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비정상, 비상식, 몰염치한 정부. 그리고 경찰청장 당신의 이름은 살인폭력경찰입니다”

가톨릭농민회(가농) 회원들이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권 폭력에 항의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다시 촉구했다.

가농 회원들은 1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총회를 마친 뒤, 서대문 경찰청까지 행진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백남기 씨가 병상에 누운 지 77일째였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경찰의 사과나 책임자 처벌도 아직 없다.

가농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백남기 농민을 쓰러트린 국가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재발 방지는 물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과제임을 확인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 파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최소한의 요구라며, 폭력 진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 가톨릭농민회가 1월 29일 총회를 열고 2016년 사업을 결정했다. ⓒ정현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현찬 가농회장은 “외롭게 죽어가고 있는 백남기 농민은 이 땅 농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한 몸에 안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우리 농민이 같이 죽어가고 있고 이 땅의 농업이 망하고 있다”면서, 백남기 농민을 살리고, 이 땅의 식량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이 함께 일어서 달라고 호소했다.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죽어가는 세상에서 생명을 살리는 농민들이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에 쓰러질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물대포를 쏜 경찰이 얼마나 생명에 무감한지 지적했다.

김 신부는, “경찰 역시 이 세상을 창조한 분께 똑같이 취급받게 될 것이고, 생명에 무심하게 돌아선 것과 같이 창조주도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부디 생명의 창조주 앞에 그리고 생명을 살리려 했던 이 시대 예수인 백남기 농민 앞에 사과하고, 생명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남기 씨와 함께 우리밀살리기운동을 하고 있는 이정찬 이사장(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은 “정부가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고 온갖 좋은 말을 하더라도, 한 농민을 저렇게 눕혀 놓고 식량자급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농민들이 30년 전 정부가 포기한 우리밀 농사를 지어 왔고, 그런 우리밀은 우리 농업이 살 수 있다는 확신이자 증거라면서, “엄동설한을 딛고, 밟을수록 더 많은 씨앗을 잉태하는 밀과 같이 백남기 농민은 다시 일어서서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백남기 씨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데, 왜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고, 경찰청장은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는가”라며, 대통령은 사과하고,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할 것이며,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총회를 마친 가농 회원들은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의 파면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정현진 기자

한편 앞서 열린 총회에서 가농은 50주년을 맞는 올해 사업으로, 생명공동체운동 성찰과 새로운 전망 제시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주의 회복과 백남기 회장 정권폭력 사건 해결’을 목표로 삼고, “모든 농민이 백남기가 되어 폭력 사건을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결의를 모았다.

가농은 백남기 씨가 쓰러진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발족한 대책위에 참여하며, 서울대병원 앞 농성장 운영, 책임자 고발과 직사살수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등 법적 대응, 서명운동, 문화제와 미사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농은 백남기 농민 사건이 해결되는 시점까지 책임있는 활동을 수행하고, 정부의 의도대로 장기화 또는 무마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쟁점화하기 위해, 농성장 유지와 서명운동 확대, 도보 순례를 비롯한 지역 활동 강화 등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가농은 먼저 전농, 전여농 등 농민단체와 함께 오는 2월 11일부터 17일간, 전남 보성에서 서울 대학로까지 도보행진을 할 예정이다. 또 오는 4월 총선에서 각 지역 공동대응 기구를 조직해, 후보들에게 국가폭력 사건 해결 공약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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