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생탁, 택시 노동자와 연대하는 미사 봉헌

지난해 12월 24일 253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부산지역 막걸리 업체인 생탁(부산합동양조) 송복남(로제리오) 조합원, 부산 택시노조 심정보(이냐시오) 조합원과 함께 연대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1월 28일 오후 가톨릭센터에서 열린 이날 미사는 부산교구 가톨릭노동상담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사회운동네트워크가 함께 마련했으며, 고공농성에 연대한 신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는 지난해 7월부터 매월 봉헌한 연대미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이자, 마무리되지 못한 투쟁을 위해 지속적이고 새로운 연대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날 미사에 앞서, 송복남 씨와 심정보 씨는 고공농성 중에 약속했던 대로 고해성사를 드렸고 함께 영성체를 하기도 했다. 광고탑에 올라간 뒤에야 서로 신자임을 알게 됐다는 이들은, 그동안 미사와 식사 지원, 촛불문화제 참여 등으로 연대했던 교회, 신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싸움 시작할 것

▲ 미사에 참석한 심정보 씨(왼쪽)와 송복남 씨. ⓒ정현진 기자
미사를 드린 날에는 철망에서 자는 잠도 물침대에서 자는 것처럼 편안했다는 송복남 씨는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싸워야 할 일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공농성이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택시 조합의 경우, 합의서를 작성했고,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 미지급 부가가치세 환수와 지급, 노조사무실 제공 등의 요구사항 중 대부분이 실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월 10만 원의 부가가치세 지급은 명목상 이뤄질 뿐, 하루 사납금이 4000원 인상돼, 실질적인 인상 분은 없는 셈이다.

생탁 문제 해결은 부산 시장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고공농성을 마치는 날 조합원들을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모든 것을 정리해 줄 테니, 나를 믿으라”며, “협상 테이블을 만들겠다. 연말 안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복남 조합원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합의서도 없이 서병수 시장의 말을 믿고 내려왔다. 하지만 한 달째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이제는 사측이 아니라 서병수 시장이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성 중단 결정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혼자만의 결심으로 이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려온 것이라면서, “다른 싸움이 필요하고, 계속 다른 방식의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올 때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정보 조합원은 사측이 두 달간의 정직 처분을 요구해 한 달 뒤에 복직하게 될 것이라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연대해 준 분들을 찾아 인사를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복직 뒤에는 소수노조로서 남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했다는,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는 기쁨과 희망

이날 미사를 집전한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노동사목)는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미사 안에서 기쁨을 찾는다면, 연대의 기쁨과 희망이다. 연대했던 이들이 흩어지지 않고 이 자리에 다시 모였고, 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교회는 사회문제의 핵심이 노동 문제임을 분명히 짚고 있으며,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음을 가르쳐 왔다고 상기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생탁과 택시 노동자, 우리나라와 전 세계 노동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우리는 빛이나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어둠 속에 살고 있으며,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욕망을 선택하고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차별을, 인간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자본을 선택합니다. 또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독재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빛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 부산지역 생탁, 택시 노동자와 연대하는 미사가 두 조합원, 연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으로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는 “시대를 사는 힘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힘이었고, 시대가 무너지는 것은 그 힘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 두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였고, 사람들의 시선을 땅에서 들어 올려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면서, “두 사람이 우리에게 작은 빛의 힘을 말해줬고, 그 빛이 이 지역의 가난한 이들을 비추기 시작했으며, 한줄기 등불이 우리를 깨어 있게 했다”고 말했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사회운동네트워크 등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조성한 사회연대기금을 통해 해고자들의 생활을 돕고 있으며, 부산지역 막걸리 업체인 생탁과 택시 노동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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