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천사네, "본당 바꾸는 구체 지침 필요"

천주교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와 세월호참사 이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또 황 주교는 “한 성당에 약 3000명 정도의 구성원이 있는데, 성당 안도 물질화, 중산층화 돼 가난한 삶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강조했다. 부산교구의 일부 신자들은 이를 반기면서 본당이 바뀌기 위한 구체적 지침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올라온 <부산일보>와의 신년대담 인터뷰에서 황철수 주교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음에도 아직도 제대로 눈 뜨지 못하고 있다. 절대 잊지 말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주교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치적 협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치인들의 진정성과 도덕적 책임감이 결여돼 아쉽다”고 지적했다.

▲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사진 제공 = 부산교구 전산홍보국)
기본적으로 황철수 주교의 입장은 교회의 공식 입장과 같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도 이번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여러 교구에서 여전히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미사가 열리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황철수 주교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부산교구 신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천사네)라는 부산교구 평신도 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반응을 들었다.

천사네 실행위원들은 지난 23일 자신들이 속한 교구장의 인터뷰기사를 보며 의견을 나눴다. 우선 천사네 김영일 실행위원장은 황 주교가 본당의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본당에서 세월호나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황 주교와 같은 의견을 말하면 “따돌림을 당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해 본당에서 세월호 관련 서명을 받으려고 하자 “왜 성당에서 이런 정치적인 것을 하냐”고 따져 수모를 겪은 경험이 있고, 세월호 배지를 달거나 강론에서 이 주제를 말하는 신부가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주교회의 정평위가 성명을 냈어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신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런 현실을 안다면 교구장이 나서서 교회입장을 명확히 하고, 교회가 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본당 신부가 적극적으로 교회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고사목자가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막상 이런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밖에 황 주교는 인터뷰에서 “성당을 짓는 것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게 짓는 것을 바라지만 일부 신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사비 상한선을 20억 원 정도로 제한한 적도 있다”고 밝히며, “구성원들이 가졌으면서도 가지지 않은 자같이 살아가는 자세가 기초공동체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교구는 2013년부터 5년간 본당 쇄신을 위해 '본당 재탄생을 위한 새 복음화'라는 큰 주제로 보내고 있다. 황 주교는 올해 “본당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다양한 단체와 모임에서 신앙적 유대를 이루자”는 취지의 기초공동체를 강조한 사목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신자들은 사회적 이슈나 교회의 모습에 대해 주교의 평소 생각이 분명히 드러나 교회 내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격려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세월호 문제나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에 대해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 움직임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신자들은, 예를 들어 주교가 세월호 미사를 집전하거나 연대 차원을 넘어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들어올 수 있는 구체적인 사목지침을 주는 등 직접적인 행동을 바랐다.

▲ 2015년 9월 21일 생탁 조합원인 송복남 씨(로제리오)와 택시 노동자인 심정보 씨(이냐시오)가 고공농성 중에 아래에서 진행되는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또 부산 안에도 생탁-택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거리 미사가 최근까지 계속됐는데, 정작 이 부분에 대한 황 주교의 입장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워했다.

한편, 황 주교는 인터뷰에서 “교구장이 되면서 관리 행정가가 돼 가는 느낌”이라며 “이제는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으며, “현실은 결국 정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평소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 대해서도 “사회 정의를 고발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지만 스스로가 불의의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을 먼저 깨닫고 스스로에 대해 먼저 정의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더 구체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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