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교령 발표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교령을 발표하고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에 하는 발씻김 예식(세족례)에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여성도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가톨릭교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을 포함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많은 성직자들이 이 예식에 여성도 포함시켜 발을 씻어 주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남성만 대상으로 하도록 되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12월자로 경신성사성 장관 로버트 새러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사전례서에는 발씻김 예식에 오직 남성만 참여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사제들이 발을 씻어 주는 이들을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의 호세 고메즈 대주교가 2014년 성목요일 전례 중 발씻김 예식에서 한 여성의 발에 입 맞추고 있다. 교황청은 성목요일 발씻김 예식 대상자에 여성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교령을 발표했다.(사진 출처 = www.catholicnews.com)
교황은 이렇게 바꿈으로써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보여 준 몸짓의 온전한 의미, 즉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끝까지’ 내놓은” 것과 그의 끝없는 자비라는 뜻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발씻김 예식의 대상으로 선택된 이들에게는 “이 예식 자체에 대해 적절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 서한과 경신성사성의 교령은 1월 21일 발표됐다. 1월 6일자로 된 이 교령에서, 새러 추기경은 사목자들은 “하느님 백성의 각 부분의 일치와 다양성을 대표하는 신자들 약간 명을 고를 수 있다. 이러한 작은 그룹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젊은이와 나이든 이, 건강한 이와 병든 이, 성직자, 남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썼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으로 12사도를 상징하여 12명의 남성을 뽑아 왔고, 이 전례의 의미는 예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교령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후의 만찬 중에 있었던 일이 성경에서 묘사된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는 그리스도의 몸짓의 이 차원(무조건적 사랑)”에 더욱 초점을 두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경신성사성 차관 아서 로시 대주교는 1월 21일 교황청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실린 글에서 발씻김 예식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발씻김 예식은 교회사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예를 들어, 1600년대부터는 주교들이 가난한 이들 “13명”에게 옷을 입혀 주고 먹이고, 그리고 이들에게 자선 기부를 한 다음에 이들의 발을 씻기고 말린 다음 입을 맞추는 것이 관습이었다. 현대 들어서는 비오 12세 교황(1939-58)이 몇 가지 바꾼 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인 1970년에는 참가자가 12명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빼고 전례 자체도 더욱 간소화했다.

그는 또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중에 “발씻김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존재하는 여러 여건과 사목적 고려를 감안해 볼 때 본래 의미를 잃지 않고 그저 무대 연출에 그치거나 자동적, 인공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예식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평가하는 것은 사목자들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미국교회는 1987년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모든 신자가 교회와 세상에 해야 할 봉사를 인정하여, (미국) 여러 곳에서 이 예식에 남성과 여성 모두를 초대하는 것이 관습이 되어 왔다. 그리하여, 이 예식은 자비만 아니라 겸손한 봉사도 상징되는 방향으로 변모되었다”고 밝힘으로써 발씻김 예식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한 바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부터 발씻김 예식에 여성을 포함시켜 왔고, 2013년 3월에 교황에 선출된 뒤에도 계속 여성을 포함시킴으로써 전통주의자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가톨릭신학대학원(CTU)에서 내는 <아메리카>는 이번 교령의 배경에 대해, 이번 발표로 이 결정이 이미 2014년에 내려졌으며, 그것은 그해 11월 새러 추기경을 (사회복지평의회 의장에서) 경신성사성 장관으로 임명한 직후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저는 당신에게 입으로도 말할 수 있었듯이, 이번에 잠시 주님만찬미사 전례에 포함된 ‘발씻김 예식’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주의 깊게 고려한 뒤, 저는 미사전례서를 변경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발씻김 예식에 참여하도록 뽑힌 이들은 남성이거나 소년이어야 한다는 부분을 바꾸어서 앞으로는 각 교회의 사목자가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 모두 가운데서 고를 수 있다고 교령을 내립니다.”

<아메리카>는 그럼에도 놀랍게도 경신성사성이 교황의 이 결정을 세계 교회에 알리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지연에 대해 교황청에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 소식통을 통해 알아본 결과 그 이유는 여러 교회문제에 관해 전통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새러 추기경이 이러한 결정이 (실행될 경우) 여러 서로 다른 문화권 안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알아보기를 원했던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로시 차관은 발씻김 예식의 역사를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는 “여러분에게 한 모범 사례를 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문서로 각 지역 주교회의에 보내졌다. 이 문서는 로시 차관이 서명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예전에 쓰이던 “세족례”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쓰는 용어이고, 우리는 “탁족”(濯足)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씻김”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세족례를 “발씻김 예식”이라는 말로 바꾸어 쓰고 있다.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news.com/services/englishnews/2016/foot-washing-ritual-not-limited-to-men-vatican-says-in-new-decree.cfm

경신성사성 교령 원문(라틴어) : http://www.vatican.va/roman_curia/congregations/ccdds/documents/rc_con_ccdds_doc_20160106_decreto-lavanda-piedi_l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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