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미, "김 신부, 사실부터 잘못 알아"

한 가톨릭 사제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대해 “국익을 위해 상당한 결실을 거둔” 합의라고 평가한 글이 한 일간지에 실렸다. 이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의 입장과 전면적으로 반대된다. 이 사제는 글에서 정평위가 “교회와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서로 미워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계춘 신부는 지난 19일 <서울신문>에 ‘위안부 합의는 절박함에서 나왔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김 신부는 1960년에 사제품을 받고, 2005년에 은퇴한 부산교구 사제다. 뉴라이트 계열인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대수천)의 지도신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김 신부의 글에 대해 신자 등 교회 관련자에게 의견을 들었다.

우선 예수회 인권연구센터 박유미 연구원은 김 신부 글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 김계춘 신부. ⓒ한상봉 기자
김 신부는 “일본이 진일보한 사과를 했다”, “아베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와 반성” 등으로 위안부 합의를 표현했다. 그러나 박유미 연구원은 2일 아베 총리가 <후지TV>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을 들어 김 신부의 말이 사실과 다름을 지적했다. 또 박 연구원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래 세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이란 말로 아베 총리가 합의 배경을 설명했음을 확인했다.

김 신부는 또 “한쪽만 100퍼센트 만족하는 협상은 없다. 국제적 안보환경과 경제문제, 양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들 생전에 해결해야 할 절박함 때문에 이 정도의 합의를 봤다. 부족한 면은 우리가 채워 드리고 위로해 드려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박유미 연구원은 합의 대상은 당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톨릭 가르침인 보조성의 원리를 들며 “할머니들의 존엄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국가, 교회가 할 일”이라며 “국가, 사회, 국민의 이름으로 희생되는 것을 교회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할머니들은 상처를 치유받고 존엄성을 당당히 펼쳐야 할 분들이지 도움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한편, 김 신부는 글에서 주교회의 정평위가 낸 성명서를 비판했는데, “반대만 일삼는 정치인의 편에 서서 이번 협상에 억울하지만 찬동한 할머니들을 선동해 반대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대전교구 정평위원 이장섭 씨는 “정평위가 불의하고 온전하지 못한 것을 정확하게 봤는데 (김 신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나 주교 정평위가 이런 예언적 말을 하지 않으면 교회가 영원히 침묵자로 남거나 겉만 번지르한 교회가 될 것”이라며 정평위의 성명을 고마워했다.

또 김 신부는 정평위를 비판하며 교회가 사회문제에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 세상에 이르러야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교회가 현세의 정치 문제에서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미련함의 소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장섭 정평위원은 “김 신부 말대로라면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라는 성경 말씀은 속임수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수와 예언자도 이 세상에서 정의를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냈는데, 현실을 떠나 교회 안에서 전례만 지키라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1995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간, 나눔의 집을 매년 찾는 이 위원은 “직접 할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쩌면 신자들이 김 신부의 말을 더 쉽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마음 아파했다.

이 위원의 말대로 한 신자는 김 신부의 말에 공감이 간다고 했다. 대구교구 신자인 그는 김 신부의 표현대로 이번 위안부 합의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받아낸 차선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쪽 극단에서 중도에 있는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모습이 신부님들이지만 지나치다”며, 조심스럽게 정평위에 대한 평소 생각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계춘 신부가 지도신부로 있는 대수천도 지난 1월 6일 정평위 성명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입장발표문을 보면 대수천은 정평위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마치 같은 단체인데 이름을 바꿔 쓰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이는 김 신부도 마찬가지인데, 박유미 연구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 교황청 정평위가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도 1969년에 주교회의 공식기구가 됐다며 사제들의 모임인 사제단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신부의 의견은 자신이 속한 부산교구장의 의견과도 대치된다. 황철수 부산교구장은 21일 <부산일보>에 실린 신년대담 기사에서 “최근 위안부 협상은 전형적인 정치적 협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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