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면 되는데
내 마음과 감정에 충실하면 되는데
상대의 속내를 추측하느라 진을 빼곤 한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에게 잘 물어보고 들어주면 될텐데
혹시, 어디가 아픈지
잘 들여다보고 보살펴 주면 될텐데

왜 나는 접어두고
자꾸 남의 마음만 알려고 드는지
이것도 병이다.

-곁눈질

▲ 석류꽃- 사진 출처 cafe.daum.net/450friends


창 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 곁의 석류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라 지금 가을인데...
슬쩍 눈총을 줘보지만 그래도 까딱않는 그 모습이 앙증맞아
그만 웃음이 납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비교의식 없이
때에 맞추느라 애탈 일도 없이
나만큼만 가고
나만큼만 살고...

세상 모두가 지금은 주먹만한 석류로 있어야 한다고 소리쳐도
내가 아직도 석류꽃으로 있어야겠으면
편안하게 그러고 있을 수 있는
여유와 얼마쯤의 능청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그루 나무도 바라보면 한 세상입니다.
나뭇잎,
석류꽃,
석류의 크기, 빛깔도 얼마나 가지각색인지...

서로 달라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아서
나무를 보면 편안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걸까요?

서로 다름 곁에서도 여여할 수 있는 눈, 마음
그런 경계없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자꾸 이웃을 훔쳐보며 세상을 흘깃거리는
그런 불안한 심사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어설프고 뻔뻔해 보이지만
그것이 자신에 대한 받아들임일 때는, 참 보기 좋습니다
자신에 대해 너그러운 사람만이
남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너그러울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가을날 석류꽃의 철없음을

너그러움으로 품고 싶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널부러져
한가로이 나뒹구는 이런 오후도 기분좋게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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