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만덕 5지구 주민들이 LH 부산울산본부 앞에서 주거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장영식

녹색당은 1월 20일, 용산참사 7주년을 맞아 “저기 저 망루 위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논평을 냈다. 녹색당의 평소 논평은 초록색을 바탕으로 했지만, 이날 논평은 먹바탕에 백자를 뽑았다. 투기의 광풍과 권력의 불길에 희생된 철거민들을 기억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추도의 논평을 낸 것이다.

이날 저녁에는 부산 ‘LH 부산울산본부’ 앞에서 47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만덕 5지구 주민들이 용산참사 7주년을 맞아 주거생존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만덕 5지구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 때, 도심정비사업으로 영도 청학동과 수정동 산복도로 등지에서 만덕 5지구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오고 있는 마을이었다.

▲ 만덕 5지구 최수영 대표가 집회에 앞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장영식

이 마을에 LH공사는 2000년에 재개발 사업을 고시하면서 주민들에게 마치 헌 집을 주고 새 집을 받는다는 식으로 속였으며, 이를 믿었던 주민들은 2011년이 되어서야 시세의 1/3에 불과한 보상 통보를 받게 되었다. LH공사가 제시한 보상안을 수용한다면, 만덕 5지구 주민들은 추가 부담 비용 때문에 재입주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재개발 지역으로 밀려나게 될 뿐이다.

원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허울 아래 공기업 LH공사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원주민들의 피눈물을 빼고 땅을 수탈하여 부도덕한 개발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항의하며 만덕 5지구 주민들은 주거생존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삭풍이 몰아치는 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 만덕 5지구 주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집회에는 7년 전의 용산참사를 기억하는 현수막이 함께 하고 있다. ⓒ장영식

▲ 부산 녹색당 당원이 용산참사 7주년을 추모하며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만덕 5지구 주민들의 노숙을 바라보면서 7년 전 남일당 망루의 기억이 재현되고 있다. 용산참사는 토건세력의 개발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삶임을 일깨우고 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사람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LH공사는 만덕 5지구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내 집에 살겠다’는 만덕 5지구 주민들의 소박한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그 곳에는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만덕의 아픔은 용산의 아픔이며, 용산의 아픔은 만덕의 아픔이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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