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모처럼 순천에 갈 일이 있었지만 아쉽게 순천만을 찾지 못했다. 갯벌 위를 뛰어다니는 일종의 망둥이인 짱뚱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겨울이니 갯벌 안으로 들어갔겠지. 고장의 명물이라 자랑하는 짱뚱어는 순천만의 특산종은 아니다. 서해안의 갯벌에 두루 있었지만 현재 간신히 순천만에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순천의 한 식당은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끓여 내놓았다. 얼려 둔 짱뚱어 몇 마리나 들어갔을까? 시 당국이 특별히 보존하는 순천만에 얼마나 많은 짱뚱어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역의 오랜 식당에서 내놓을 정도는 되겠지. 그렇더라도, 차라리 미꾸라지를 갈아서 넣었더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먹기 아까운 우리 갯벌의 진객이므로.

배움터로 개조한 작은 폐교에서 오전 일정을 시작하기 전, 먼동 트는 시골길을 훤해지도록 걸었다. 겨울이라 공기가 쌀쌀했어도 이마에 땀이 흘렀는데, 밝아 오는 하늘이 파랬다. 주변에 공장이 없고 이른 시간이니 먼지가 없었을 테지. 하늘을 보니 중국 발 미세먼지도 없을 법했다. 하루 만보 걷기를 놓지 않으려 해도 미세먼지주의보가 있는 날은 망설였는데 모처럼 집 떠나 걷는 내내 가슴이 상쾌했다.

▲ 순천만 짱뚱어.(사진 제공 = 순천시청)

미세먼지 걱정은 최근 일인데, 중국은 오래전부터 공포인 모양이다.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중국이 내린 결정 중에 핵발전소가 있다. 중국의 대도시는 해안에 모여 있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한 화력발전소는 막대한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참기 어려운 중국은 전력생산 방식을 전환하려 20기가 넘는 핵발전소를 우리 서해안을 바라보는 자국 동해안에 밀집시키려는 것인데, 걱정은 우리 몫이다.

지진에 이은 강력한 쓰나미가 쓰러뜨린 4기의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설계수명을 연장한 노후 시설이었다. 중국의 핵발전소는 젊으므로 안심해도 좋을까? 핵발전소 설계수명은 30년이 보통이다. 우리나라가 그렇듯, 설계수명이 지나도 연장할지 아직 알 수 없다. 걱정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싱싱했어도 폭발했다. 연구자의 연구과욕과 노무자의 단순한 실수 때문이었는데, 중국 핵발전소 관리자들에게 과욕과 실수는 없을까?

대체로 핵발전소는 그 수가 많은 국가 순서로 폭발했다. 프랑스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더 낡았지만 폭발 가능성은 우리보다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감독과 운영이 철저히 분리되었고 시민단체의 감시가 철저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운영기관의 눈치를 보며 발생한 사고를 감추거나 왜곡하는 우리 감시기관과 태도가 다르다는 건데, 중국은 어떨까? 감독기관은 투명하고 독립적일까? 앞으로 태동할지 모를 시민단체는 핵발전소를 우리 이상 체계적으로 감시할까?

곧 폭발 5주년이 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감당할 수 없게 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국 서해안에서 잡히는 참치를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먹이사슬을 거칠수록 기하급수로 농축되는 방사성 물질이 결국 소비자의 몸에 축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 앞바다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일상적으로 검출된다. 기장군에 있는 고리 핵발전소 때문인데 중국의 핵발전소는 운영 중에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내놓지 않을 것인가? 폭발한다면?

황해는 드넓은 태평양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태평양에 비해 수심이 얕고 좁은 황해는 갇힌 바다와 다름없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황해로 중국 동해안과 우리 서해안에서 빠져나가는 방사성 물질은 밀물과 썰물을 따라 갯벌에 골고루 내려앉을 것이고, 수많은 어패류의 몸에 축적되겠지. 플랑크톤은 작은 동물의 몸으로, 작은 동물의 방사성 물질은 조금 큰 물고기의 몸에서 더 큰 물고기의 몸으로 들어가겠지. 황해에서 잡는 수많은 물고기에 차곡차곡 들어가서 사람 몸으로 이어질 것이다.

핵발전소가 후쿠시마처럼 폭발한다면 황해는 독극물 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온갖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10차례 이상 지나갈 때까지 오염은 계속될 텐데,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다양하다. 독성도 제각각인데, 근육에 농축되는 세슘은 반감기가 30년, 뼈에 침착되는 스트론튬은 29년, 1그램으로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할 정도로 치명성을 가진 플루토늄은 2만 4000년이 넘는다. 철보다 무거운 플루토늄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아직 많을 텐데, 그곳을 회유하는 방어는 겨울철 제주도 모슬포로 몰려온다.

핵발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이 꽤나 서두른다. 보잉747이 충돌해도 전혀 손상이 없을 만큼 단단하다는 걸 중국의 관계자는 자랑한다지만, 폭발은 중국보다 우리를 더 위협할 게 틀림없다. 지금까지 폭발한 핵발전소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짓고 있는 시설보다 계획된 핵발전소가 훨씬 많으니 조만간 세계 최대 핵발전소 보유국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중국의 석탄 사용 비중은 그리 낮아지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계속 날아오겠지.

아직 우리 서해안은 찬란하다. 처참하게 매립했어도 가녀린 갯벌에 짱뚱어가 산다. 갯벌에 알을 낳는 어패류들이 해를 거듭하며 줄어들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갯벌의 생산성과 환경적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니 다행인데, 황해를 둘러싼 중국과 우리의 핵발전소가 언제까지나 안전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답답하다. 늘어나는 내 나라 핵발전소를 어쩌지 못하는 처지에서 중국에 호소할 자격조차 없으니 더욱.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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